[데스크의 눈] 금호 타이어 인수전 감상법

  • 등록 2017-01-19 오후 1:20:32

    수정 2017-01-22 오후 3:19:43

[이민주 이데일리 IB마켓부장 겸 기획취재부장] 이 지구상에서 인수합병(M&A)을 가장 잘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워렌 버핏이다. 버핏은 ‘투자 귀재’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그는 M&A로 오늘의 부를 일구었다. 그가 최대 주주(34.4%)이자 최고 경영자(CEO)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89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 버핏이 직접 창업한 기업은 단 한곳도 없다. 1965년 34세에 당시 직물 공장이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그는 숱한 기업을 인수합병했고, 이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세계 네번째 부자가 된 것이다(2016년 포브스 기준).

버핏은 어떻게 인수하는 기업마다 성공을 거두었을까?

그의 M&A 원칙을 보면 궁금증의 실마리가 풀린다. 그는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 사업 보고서에서 자신의 6대 인수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세전 이익 7500만달러(약 880억원) 이상일 것(매출액으로 환산하면 1조원 가량이다).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을 것.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두 자리수이고 부채가 없을 것. ▷경영진이 뛰어날 것.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을 것. ▷매각 가격이 제시돼 있을 것이다.

최근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버핏은 6대 원칙을 융통성있게 운영하고 있지만 절대 양보하지 않는 것은 ‘매각 가격이 제시돼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그는 절대로 비싸게 사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는 어느 기업의 적정 가치를 100억원이라고 산정하면 매각 가격이 이 금액을 넘으면 눈길도 주지 않는다. 버핏은 M&A가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가 비싸게 사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M&A의 성공 비율은 10건 중 3곳이 채 되지 않는다.

금호 타이어가 M&A 시장에 나와 있다.

금호 타이어 채권단은 지분 42.1%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 기업 더블스타를 선정했고, 이에 대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상태이다. 그룹의 모태격인 금호 타이어를 인수해 전성기의 금호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금호 타이어를 인수하려면 더블스타가 제시한 1조원 이상을 써내야 하는데, 금호 타이어는 과연 그만큼의 기업 가치를 갖고 있는걸까?

금호 타이어는 지난해 120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적자를 낸 것이다. 아무런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계 장치’를 1조원을 주고 사는 셈이다.

금호 타이어를 인수해 턴어라운드시키면 ‘남는 장사’가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금호 타이어의 실적은 향후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까?

지난 10년 동안 금호 타이어가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낸 때는 2014년의 1316억원이었다(K-IFRS 연결 기준). 이를 기준으로 해도 1조원을 주고 금호 타이어를 사면 원금을 회수하는데만 8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더블스타가 제시한 1조원으로 금호 타이어의 기업 가치를 계산해보면 2조 4000억원 가량이 나오는데, 18일 현재 금호 타이어의 시가총액은 1조 4000억원이다. 시장은 금호 타이어를 1조 400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M&A당사자들은 이 기업을 2조 4000억원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호 타이어의 앞길은 험난하다. 타이어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며,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은 브리지 스톤(19.0%), 미셰린(17.6%), 굿이어(13.0%)의 ‘빅3’ 체제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금호 타이어의 점유율은 1.9%이다.

왜 금호 타이어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복귀해야 하는지가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설명돼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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