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에 불 붙힌 이라크 내전 ‘파장은?’

경제·금융시장 단기 충격 불가피..사태 추이 예의주시
  • 등록 2014-06-16 오후 6:00:00

    수정 2014-06-16 오후 6:00:00

[이데일리 김남현 이지현 박종오 기자] 이라크 내전 사태가 가뜩이나 경기회복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고, 자원개발을 비롯한 현지 진출기업들의 투자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대내적으로도 경상수지 악화와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빠르게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재까지 큰 영향이 없다는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진단이나 사태추이를 지켜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국제유가 들썩, 두바이유 연중 최고

이라크에서 이슬람 수니파 반군세력이 모술, 티크리트 등 북부 주요 도시를 장악하고 정부군과 대치하는 등 내전이 발생하면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13일 현재 배럴당 원유선물가격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06.91달러로 지난해 9월13일 108.21달러 이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브랜트유도 113.35달러로 작년 9월6일 115.45달러 이후 가장 높았다. 중동지역 두바이유 역시 108.97달러로 지난해 12월30일 109.01 달러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이는 이라크 내전에 글로벌 원유수급이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데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공급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까지 맞물린 탓이라는 분석이다. 유경하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총수요 부진이 국제유가의 상방여력을 막고 있지만 이라크와 러시아에서 생산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원유수급은 의외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이다. 걸프전(1990~1991년)과는 달리 이라크만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김재홍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의 높은 재정부담을 감안하면 걸프전과 같이 이라크와 서방국간 전면대결이 어려운 구도”라고 말했다. 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 유가 상승은 실질적인 공급악화에 따른 것이기 보단 우려감의 표출이라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가상승이 지속될 경우 경상수지 악화와 물가상승 우려도 제기된다. 한은의 복수 관계자들은 “원유가 상승이 일시적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지난 4월 연간 경제전망시 올해 원유도입단가를 103달러로 봤다. 추세상승세를 이어간다면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줄이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입물가 역시 올라 물가상승을 부추길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현지 진출 건설사도 ‘예의 주시’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윤상직 장관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사태 악화시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수립,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쿠르드족 관할 안전지역 내 위치한 석유공사 하울러 광구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쿠르드 자치정부 측에 사전적으로 강력한 시설보호 조치를 요청키로 했고, 현지 파견 인력 역시 안전지역으로 철수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6일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에는 한국인 1300여명 근무하고 있다. 이중 상당수는 국내 건설사 파견 인력으로 추정된다.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한화건설의 경우 본사 인력 350여명과 협력사 직원 등 총 800여명이 이라크 현지에 머물고 있다. 건설 현장은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가량 떨어진 곳으로 내전의 직접적인 영향권은 아니다. 하지만 한화건설은 지난 13일부터 국내 본사에 자체 비상대책 상황실을 마련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자체 보안 인력과 현지에서 파견된 군인, 경찰들이 현장에 상주해 치안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우선 교전지 근처에 위치한 인력을 대피시키는 데 주력하면서, 전황이 확산될 경우에 대비해 철수 계획도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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