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언론을 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원색적 비난에 가까워졌다. 이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나온 불만과 문제제기 모두 ‘가짜뉴스’로 치부하며 이를 보도한 언론을 향해 “정론직필하지는 못할망정 가짜·왜곡·조작뉴스를 뿌린다”, “허위사실 공표를 통한 낙선 목적의 불법 선거행위”라고 맹폭했다. ‘일부’ 언론이라며 한정을 두었지만 그 뒤에는 “악의적 언론”, “집권여당의 기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 전 SNS에 올린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이 이 대표의 언론관을 보여준다.
이 대표가 공정하고, 투명하고, 혁신적인 공천이라고 자부한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은 ‘비명(非이재명)학살, 친명(親이재명)횡재’라는 결론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대표적 비명계 의원인 박용진·송갑석·설훈·홍영표 의원 등이 현역 의원평가 최하위권에 속했다. 컷오프(공천배제)되지 않고 가까스로 경선에 올라도 ‘개딸’의 조직적 움직임에 밀려 비명계 현역의원이 대거 탈락했다.
여론조사도 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전화면접조사, 응답률 17.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민주당 공천과정에 대한 평가로 ‘잘못하고 있다’가 53%로 과반을 넘었다. ‘잘하고 있다’는 32%에 그쳤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이런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시끄러운 공천 상황이 다 지나갔으니 이제 ‘서릿발 같은 정권 심판 구도’를 굳혀가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에 빠져있다.
이 대표가 언론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비판에 귀를 막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윤석열 정권은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정권이라 비판하면서 정작 본인은 ‘귀.틀.막’(귀를 틀어막은)이라는 비판이 들리지 않는 것 같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피켓을 들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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