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경찰이 공무집행방해 범죄의 감경 양형 범위를 징역 3~10개월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 윤희근(왼쪽) 경찰청장과 이상원 양형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제9기 양형위원회 관련 면담을 하고 있다.(사진=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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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공무집행방해죄의 감경 양형 범위를 기존 징역 1~8개월에서 징역 3~10개월로 강화해달라는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했다. 양형위원회는 조만간 심사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현행 공무집행방해 범죄에 따른 처벌은 징역 1~8개월(감경), 6개월~1년 6개월(기본), 1~4년(가중)으로 나뉜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양형위원회를 방문해 이상원 양형위원장을 만나 면담을 통해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현장 경찰관이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관련 양형기준 강화를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범죄의 발생 건수는 매년 9000여건에 달하고 피해자 중 약 90%가 경찰관이다. 112 신고 출동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주먹을 휘두르려는 대상자에게 처벌을 경고해도 ‘어차피 벌금 아니냐’며 도발하거나, 공무집행방해 피의자들이 피해자인 경찰관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괴롭히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전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규모 도심 집회를 벌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청계광장 앞에서 분신 사망자 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불법으로 기습 설치하자,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한때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서 조합원 4명이 경찰관 폭행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이들을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현재 강서경찰서와 도봉경찰서에서 각각 신병을 분산 인계 받고 조사를 하고 있다.
윤 청장은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다는 인식이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이는 결국 선량한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양형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