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전도용 엘베이스 대표의 말이다. 엘베이스는 전 대표가 태평양제약(아모레퍼시픽)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2015년 세운 항암 신약 개발 전문기업이다. 아직은 수많은 바이오벤처 중 하나다. 2018년 시리즈A를 통해 40억원을 투자받고 지난해 12월 대원제약과 폐암 치료 신약후보물질 ‘LB-217’ 공동 개발 계획을 체결한 정도다. 매출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당당함의 원천은 ‘기술’이다. 엘베이스는 ‘CAGE(Cancer Associated GEne)’ 관련 기술과 특허를 갖고 있다. CAGE는 암 환경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항원(CTA·Cancer Testis Antigen) 중 하나로, 정두일 강원대 교수가 2002년 최초로 발견했다. 학과 후배였던 전 대표가 공동 연구를 3년간 이어오다 이 기술을 이전받으며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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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표는 “정상세포는 물론 암세포에서도 자가포식이 일어난다. 암세포 자가포식 기능을 끄려고 하면 다른 정상세포도 영향을 받아 여러 기업이 임상을 헤매고 있었다. 화학적 방법을 이용하려 하지만 몸의 기초 기능이라 조절이 어렵다”며 “CAGE는 원래 몸에 있는 단백질인데 정상세포에서 발현이 안 되고 암이 생기면 작동한다. 기존 다른 기업들은 CTA 전체에 관심이 있을 뿐 CAGE를 들여다보지는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엘베이스는 내년 비소세포폐암 후보물질 LB-217 다국적 임상 1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비소세포폐암에서는 ‘Beclin1(베클리원)’이라는 유전자와 CAGE가 결합해 자가포식을 활성화하는데 이를 억제해 항암제의 내성 발현을 늦추는 기전이다. 전 대표는 임상 1상 혹은 2상 때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대 병원과 협력해 빨리 사망하는 폐암 환자들이 CAGE가 과발현됐는지를 살펴봤고, 가톨릭대 병원과는 환자 암 조직을 활용해 연구했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해외 기업에 라이선스 아웃할 생각”이라며 “이미 시장에 판매된 약이 있으면 기존 치료제보다 더 나은 임상 데이터를 가져오라는 식으로 얘기가 흘러간다. 그러나 CAGE 관련 기술에 오리지널리티가 있기 때문에 임상 초기 단계에서의 기술수출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파이프라인 계획도 드러냈다. 그는 “연구 데이터를 보고 해외 대학병원에서 대장암 연구를 우선해보라는 제의가 와서 대장암 관련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 대장암 시장은 객관적 반응률이 10%대만 나와도 효과적이라 할 정도로 치료제가 마땅치 않다. 앞으로 대장암, 유방암 등 고형암과 혈액암, 장기적으로는 CAGE와 연관 있다고 나타난 중추신경계(CNS) 질환과 자폐증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만큼 신약이 실제 시장에 나오려면 한참을 두고봐야 한다. 그 사이 경쟁력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이에 전 대표는 “항암제, 특히 폐암 항암제는 ‘내성’이 골치 아프다. 3, 4, 5세대 항암제가 계속 나와도 내성은 해결이 안 된다. 이를 막아주자는 것”이라며 “내성 문제에 고충이 있는 머크, 존슨앤존슨 등 다국적 기업들이 공동 임상에 관심을 가지리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