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30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매장 개점이 1시간 30분가량 남았지만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을 구매하려는 대기행렬은 신관 건물 외벽을 따라 200m 가량 늘어서있었다. 샤넬이 다음 달 1일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문에 구매자가 몰린 것이다. 대기열 앞쪽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 우산을 펼친 이들이 1m 간격으로 자리했고, 그 뒤로는 캠핑의자에 앉아 능숙하게 대기하는 사람이 다수 보였다. 이들 옆에 놓인 빈 음료수 병들이 오랜시간 대기했음을 짐작게했다. 한쪽에서는 1인용 텐트를 정리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 샤넬 매장을 찾은 이들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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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30번째로 줄을 서 있던 A씨는 “새벽 5시에 왔는데, 이미 스무 명 넘게 대기하고 있어서 놀랐다”며 “가격이 오르기 전에 클래식백을 구매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에도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등 전국 주요 샤넬 매장에 ‘오픈 런’(OPEN RUN·개점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질주하는 현상) 행렬이 이어졌다.
해외 커뮤니티와 국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글로벌 시장 전체적으로 7월 1일부로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평균 10% 이상 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대표 품목인 샤넬 클래식 플랩백은 12% 인상될 전망이다. 클래식 스몰 플랩은 6200달러에서 6975달러로, 클래식 미디움 플랩은 6800달러에서 7650달러로, 클래식 점보 플랩은 7400달러에서 8325달러로, 클래식 맥시 플랩은 8000달러에서 9000달러로 인상이 점쳐진다. 부가세 등이 포함되면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클래식 미디움 플랩(클미)의 가격은 1000만원에 육박하게 된다. 샤넬은 작년 하반기 가격 인상을 통해 클래식백 맥시 가격을 1000만원대로 책정했다.
이날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매장 문이 열리길 기다리던 B씨는 “클미백 같은 인기 제품은 생각도 안 한다”며 “시즌백이라도 건져볼까 해서 왔다”고 했다.
| 3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앞에 샤넬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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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약 30번째로 줄을 서있던 C씨는 “와이프 결혼기념일 선물을 사기 위해서 연차를 내고 와서 오전 6시부터 기다렸다”며 “롯데는 대기번호가 30번대라도 사람이 잘 안 빠져서 오후 3~4시에나 들어갈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이날 오픈 시간인 10시 30분 기준 대기자가 160명을 돌파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같은 시간에 대기자가 200명을 훌쩍 넘었다. 이들 중에 마감 전에 입장할 수 있는 사람은 100명 남짓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못 들어갈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기를 하는 사람이 대다수인 것이다. 샤넬 매장은 한 팀당 직원 한 명이 응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3~4명의 직원이 한 팀당 10~15분씩 응대를 하면 한 시간에 입장할 수 있는 팀은 평균 15개팀 안팎이다.
| 3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앞에 샤넬 대기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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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등 명품 브랜드는 정책에 따라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 또 전문 리셀러(재판매업자)의 대량 구매를 막기 위해 지갑류는 한 달에 3개까지, 인기가 많은 클래식백은 1년에 1개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매장마다 매일 입고되는 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기에 가격도 1년에 두 차례 이상씩 오르니 오픈 런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샤넬코리아는 작년 5월과 11월에 가격을 두 차례 인상했다. 올해 1월에는 디자인 변경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고, 2월에도 글로벌 인상에 맞춰 가격을 올렸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샤넬은 제작비와 원가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전 세계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며 “7월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 샤넬 매장을 찾은 이들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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