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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로 독립영화를 지원배제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에 대해 일반극장 개봉관 확보가 최소화되도록 지시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에서 작성한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문건과 정보보고서 등의 문건을 바탕으로 27건의 독립영화 지원배제 정황을 파악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특검 수사 및 감사원 기관운영감사를 통해 드러나 독립영화에 대한 배제 사건은 ‘다이빙벨’ ‘천안함 프로젝트’ ‘자가당착’ 등의 독립영화를 상영한 영화제 또는 상영관에 대한 사후적 지원배제 5건과 ‘산’ ‘연인들’ ‘바당감수광’ 등 3편의 예술영화에 대한 지원 배제 등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영진위를 동원해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문제영화’로 낙인찍고 중요 지원사업에서 여러 차례 배제했다. 문체부는 독립영화지원사업에서 문제영화 배제실행 계획을 수립한 뒤 박근혜 정부 대통령 비서실(청와대)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수시로 문제영화에 대한 정보동향보고를 작성하고 문체부·영진위에 배제 작품 명단을 하달했다. 영진위는 사회적 논란이 되지 않도록 심사위원 구성 등 심사과정에 내밀히 개입해 문제영화 배제를 실행했다.
진상조사위가 현재까지 확인한 지원 배제 영화는 ‘두 개의 문2’(개봉명 ‘공동정범’)와 ‘밀양아리랑’ ‘그림자들의 섬’ ‘구럼비 바람이 분다’ 등 용산참사·밀양 송전탑·한진중공업·강정해군기지·세월호 참사와 같은 시국사건과 연관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불안한 외출’ ‘자백’ ‘트웬티 투’처럼 국가보안법·간첩·위안부 등의 민감한 소재를 다루거나 ‘산다’ ‘불온한 당신’ ‘투윅스’ 등 노동·성소수자·특정 정치인을 다룬 영화도 포함됐다.
이번에 배제실행이 확인된 영진위의 ‘독립영화제작지원사업’과 ‘다양성영화개봉지원사업’은 독립영화의 창작 환경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정부 지원사업이다. 진상조사위는 “‘좌파’ ‘반정부’ 등 작품 내용을 사유로 지원사업에서 원천적으로 배제시킨 것은 심사과정의 공정성과 평등한 기회 보장을 훼손한 위법 부당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시기 문제영화 배제 실행이 높은 보안을 유지한 채 실행돼 아직 드러나지 않은 배제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파악하고 영진위 사업 전반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원배제 실행을 가능하게 한 심사과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