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어떤 원리로 우리 신체가 일정한 주기로 생체 리듬을 조절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그리고 그 생체 리듬을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계속됐다.
KAIST는 김재경 수리과학과 교수(32)가 미분방정식과 확률적 매개변수 샘플링을 바탕으로 한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생체 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생물학적 회로 디자인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설계를 바탕으로 미국 라이스 대학 메튜 베넷 교수 연구팀이 합성생물학 기술을 통해 안정적인 리듬을 갖는 시스템을 실제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8일자에 게재됐다.
최근 생체 리듬 생성의 매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생물학적 시스템을 직접 구현하는 합성생물학 (Synthetic biology)이 발전하고 있다. 이 방식은 전지, 전구, 모터 등을 연결해 전자 회로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듯이 유전자와 단백질로 구성된 생물학적 회로를 직접 만들어 생체 회로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이러한 융합적 접근을 통해 기존에 알려진 안정적인 리듬을 만들어내는 생물학적 회로 디자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디자인을 밝히고 설계했다.
생체 회로에서 특정 물질이 분비될 때 음성 피드백(Negative Feedback)은 물질 분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은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양성 피드백의 역할은 기존 연구들을 통해 알려졌으나 잉여로 존재하는 음성 피드백의 역할은 명확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두 개의 전사적 음성 피드백 회로(Transcriptional negative feedback loops)가 안정적인 생체 리듬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나의 음성 피드백이 증가하고 감소하면서 물질의 분비 리듬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안정적이지 못해 실제로 생체 회로를 구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다양한 생물학적 리듬 생성의 근본 원리를 밝히는데 새로운 방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의 모델링을 바탕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기존과 차별화된 성과를 얻었다. 합성생물학에서는 보통 단일 박테리아 안에 회로를 만드는 방식을 이용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박테리아 사이의 신호 물질을 바탕으로 생체 회로를 구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인체의 내장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박테리아 간의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이번 성과를 통해 우리나라에선 아직은 부족한 생물학과 수학의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며 “수학이 생물학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