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푼돈' 배당 더 이상 안된다

  • 등록 2014-06-18 오후 8:00:12

    수정 2014-07-30 오후 6:46:22

[이데일리 오성철 기자]박스권에 갇힌 증시에서 그나마 희망섞인 재료가 있다면 배당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배당정책 변화를 시사한 이후 지난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입원으로 경영권 승계 이슈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테마’로 자리잡았다..

당장 다음 달말에는 삼성전자의 중간배당이라는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만약 이사회에서 주당 500원씩 배당해왔던 최근 수년간의 패턴에서 벗어나 ‘의미있는’ 수준의 금액을 주주에게 돌려 준다면 배당은 활력잃은 증시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는 이미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역력하다. 시가배당률이 5%를 넘는 진양화학 경농 성보화학 같은 고배당주들은 최근 1년새 주가가 눈에 띄게 올랐다. 또 주식형펀드에서는 올들어 3조2000억원이 빠져 나갔지만 유일하게 배당주펀드에서는 900억원이 조금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배당주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도 국내 주식형펀드보다 월등히 높다. 금리 2~3% 시대에 수익률이 15%를 웃도는 배당주펀드들도 적지 않으니 시장의 관심은 진행형인 셈이다.

몇년 전만 해도 배당금은 ‘푼돈’ 취급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1%도 안되는 배당수익률은 주가가 조금만 오르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2011년 사이 우리 증시의 주가상승률(10.7%)은 배당수익률(1.6%)를 압도했다. 또 기업의 성장동력을 빼앗을 수 있다는 이유로 고배당을 죄악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인색한 배당 풍토를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며 배당에 대한 시각은 바뀌고 있다. 투자자들은 예전처럼 주가상승을 통한 이익내기가 쉽지 않다. 반면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졌다.

실제 삼성전자만 해도 연간 순이익중 배당금 비중인 배당성향이 10%도 채 안되는데 현금보유 규모는 600억달러에 이른다. 현대차나 LG전자 등도 사내유보금과 배당에 관해 입장이 군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우량기업들의 배당수익률(2.6%)과 주가상승률(3.2%)이 대동소이하고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 증시의 배당수익률이 주가상승률과 엇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들의 배당은 확실히 짠 편이다.

배당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배분하는 것으로 일종의 약속이자 의무에 속한다. 주주들에게 마지못해 몇푼 쥐어주는 기업의 주식은 제값을 받을 자격이 없다. 애플같은 기업은 수년내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1000억달러를 쓰겠다고 공언한다. 주주이익 극대화가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걸 꿰뚫고 있는 것이다.

배당이 활성화되려면 외국인의 배당수입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론스타 ‘먹튀’에 대한 트라우마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겠지만 외국인 투자비중이 40%를 넘는 현실에서 주주의 국적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장기적인 증시침체로 고전하던 일본 상장사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공격적인 배당정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도요타 캐논 덴소 같은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배당을 두세배 가까이 늘리면서 외국인의 투자비중을 빠른 속도로 끌어 올린 점은 참고할 만하다.

때마침 경제팀 수장이 바뀌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배당 확대를 위해 배당세율 인하나 배당주 펀드에 대한 분리과세 등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에서 배당이 ‘푼돈’취급을 면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기대해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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