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는 말에"…가족·연인간 ‘거절살인’, 제도 공백 여전

이별통보 중 살해되는 거절살인 반복
'통제행위'란 범죄 신호 막을 제도 미비
반의사불벌조항 탓에 신고 절반 현장종결
  • 등록 2024-07-10 오후 4:07:18

    수정 2024-07-10 오후 7:18:38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이별하는 과정이나 이후에 상대를 살해하는 이른바 ‘거절살인’이 반복되고 있다. 거절살인은 발생 전 피해자의 행위를 지나치게 통제하는 등 공통된 징후가 관찰되지만 범죄를 막을 제도는 마땅치 않아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10일 오후 2시 ‘거절살인, 친밀한 관계 속 폭력 근절을위한 입법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는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주관으로 열린 ‘거절살인, 친밀한 관계 속 폭력근절을 위한 입법 개선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거절살인이란 결별을 통보하는 과정이나 결별 이후 피해자가 살해되는 범죄다.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연인을 살해한 ‘의대생 살인사건’과 경기 화성시에서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를 다치게 한 ‘김레아 사건’이 그 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8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311명에 달한다. 최소 19시간마다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로부터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하는 셈이다. 여기에 남성 피해자까지 더하면 거절살인의 위협을 느끼는 국민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거절살인 전 ‘통제행위’와 같은 징후가 있어도 반의사불벌죄와 같은 맹점 탓에 피해가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연인이나 가족 간의 결별에는 거절, 거부 같은 의사표현이 있는데 살해되기 전 행동 통제와 같은 통제 피해가 있으면 특히 위험했다”며 “하지만 경찰 대응은 가해 행위와 피해 결과에 집중해 피해자가 처한 위험을 식별하는 데 한계가 있고 현행법상 교제폭력 등은 폭행이나 협박죄로 신고할 수 있지만, 반의사불벌 조항이 적용돼 대부분 현장 종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요 선진국은 거절살인을 막기 위해 관련 제도가 마련돼 있다. 영국 내무부는 ‘강압적 통제 행위 법령지침’을 마련해 피해자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살인·자살위협 등을 강압적 통제행위를 협박 및 폭력으로 인정하고 관련 범죄자에게 2022년 12월 기준 평균 2년 4개월의 형량을 선고한 바 있다. 호주도 2022년 친밀한 관계에서의 강압적 통제를 범죄로 인정하고 ‘강압적 통제법’을 마련해 이달 1일 시행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병훈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관련 법을 발의했지만 토론조차 하지 못하고 22대로 넘어온 경우가 적지 않다”며 “22대 국회에서는 여야 이견이 없다면 이런 법안을 우선 처리해 국민께 도움되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 범야권 23명의 의원은 이날 교제폭력 가해자의 경우에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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