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회사 직원이 경찰복 입은 사연…"현장 안전 기여하고파"[경찰人]

경찰청 윤설화 경사, 신형 방검복·방패 개발
패션회사 근무…소재·디자인 전문성 활용
현장 피드백 반영…"여러 의사소통서 보람"
  • 등록 2024-06-17 오후 4:28:25

    수정 2024-06-17 오후 7:16:42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경찰관이 안전해야 국민을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완성품은 없어요. 경찰 장비는 계속 발전해야죠.”

1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윤설화 경사(경찰청 장비운영과)는 의류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업계에서 10여년간 근무하다 2018년 소재·디자인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에서는 보기 드문 경력이다.

윤설화 경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윤 경사는 경찰이 이달부터 보급하고 있는 ‘신형 방검복’과 ‘신형 방패’의 개발을 주도하며 ‘현장 안전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해 이상동기 범죄가 연이어 발생해 경찰관의 안전이 중요해지면서 방검복과 방패 등 안전 장비의 필요성도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패션 회사에서 근무한 전문성을 살렸다. 특히 아웃도어 제품을 다루며 소재와 패턴에 대해 쌓은 지식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는 “아웃도어는 활동이 편해야 하고 땀 배출도 잘 돼야 하고 보온도 잘 돼야 하는 특성이 있는데 일하면서 소재에 대한 연구 기회가 많았는데 이를 통해 습득한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었다”며 “안전 장비는 경찰의 특성을 잘 알고 고민하지 않으면 만들어 낼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과정이 쉽진 않았다. 윤 경사는 ‘파노라마처럼 모든 기억이 지나간다’고 미소 지었다. 경찰의 각 기능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 달랐고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고민할 점이 많았다. 하지만 경찰관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섰다. 역시 경찰관인 남편을 둔 윤 경사는 ‘우리 가족이 다치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임했다.

그는 “복제부터 안전장비, 방패 같은 장구까지 담당하며 가격, 성능, 직원 요구까지 풀어나가는 게 어려웠다”며 “안전은 물론 활동하기 편해야 하면서 덥거나 춥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했다”고 돌이켜봤다.

고민 결과 총 4종의 신형 방검복이 탄생했다. △장구를 수납할 수 있는 다기능 방검복 △비노출로 입을 수 있는 내피형 방검복 △상대가 흉기를 휘두를 경우 부상을 막을 수 있는 베임 방지 재킷 △필요 시 착용할 수 있는 목 찔림 보호대 등이다.

모두 현장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결과물이다. 윤 경사는 “처음엔 단일 모델을 제시했는데 탈착용이 불편하다든지, 장시간 착용이 힘들다든지 하는 피드백이 있었다”며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방검복 면적을 키우면 막상 순찰차를 타고 내릴 때 움직임이 불편하기도 해 그런 점을 수정해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사복일 경우 더우면 벗고 추우면 덧입으면 되는데 아무리 극한 환경에 있다 해도 경찰관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최대한 통일성을 최대한 갖추면서 더위와 추위에 견딜 수 있게 하려면 좀 더 좋은 소재와 착용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 부분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내년 창경 80주년을 앞두고 경찰청은 ‘경찰 복제 종합개선’에 나선다. 새 복제는 2025년 10월 21일 제80주년 경찰의 날에 공개된다. 윤 경사도 이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그는 “통상 10년 주기로 경찰 복제를 개선하는데 발전된 소재를 사용해야 하고 경찰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전문적 시각과 내부 의견, 외부 시선을 더해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윤 경사는 본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찰 조직 내 장비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경찰 제복, 장비의 강도와 성능 등에 대한 기준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이 있으면 좋겠다”며 “의류·섬유 전문가로서의 전문성과 경찰로서의 경험을 잘 융합해 ‘대체불가’한 경찰장비 전문가로 조직에 보탬이 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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