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삼성공장 복제 시도…이완용과 다름없다[기자수첩]

  • 등록 2023-06-12 오후 5:06:46

    수정 2023-06-13 오후 3:14:36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삼성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사해 이를 중국에 빼돌리려 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전직 임원 최모씨(65)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전자에서 18년간 몸담으며 메모리생산센터장·메모리제조본부장(상무)까지 지낸 최씨는 SK하이닉스 부사장(최고기술책임자·CTO)을 그쳐 한때 사장 후보군에 들 정도로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의 권위자로 잘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먼저 80나노(㎚·1㎚=10억분의 1m) 공정에 돌입하게 만든 인물로 업계에선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의 달인’으로 불렸다고 한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최씨는 2018~2019년 삼성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공정 배치도·설계도면 등을 부정 취득·부정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BED는 불순물 하나 없는 최적의 반도체 제조 환경, 즉 클린룸 조성의 최대 관건이 되는 기술이다. 이들은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단 1.5km 떨어진 곳에 복사판 공장을 세우려 했다고 한다. 그나마 대만 전자제품 생산업체가 최씨에게 약정한 8조원 투자가 불발, 실제 공장 건설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최씨가 중국 청두시에서 4600억원을 투자받아 만든 반도체 제조 공장이 지난해 연구개발(R&D)동을 완공해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 시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반도체 관련 특허를 43개나 보유하고 있어 업계에선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었다. 삼성전자는 최소 3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보게 됐다고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지금 우리 반도체기업들은 역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메모리 불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미·중 패권전쟁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복합 위기 상황에서 두 기업 모두에 몸담았던 전직 임원이 단순한 기술 유출이 아닌, 공장을 통째로 넘기려 한 어이없는 시도는 친일파 이완용의 매국행위에 다를 바 없다. 국내 반도체 산업 근간을 흔들고 더 나아가 국가 안보 자체를 뒤흔든 중대 범행인 만큼 사법부의 엄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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