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인삼공사 분리" 행동주의 펀드 제안에 소액주주 '솔깃'(종합)

FCP,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계획안 재접수
차석용 전 LG생건 대표 분할신설사 경영진 참여 제안
KT&G, 올해 9000억 주주환원…하반기에 추가 계획
주주제안 이사회 검토 후 주주총회 상정 예정
  • 등록 2023-02-15 오후 4:46:37

    수정 2023-02-15 오후 5:40:38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주주총회 시즌을 한 달여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가 KT&G(033780)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KT&G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간섭을 막는다는 입장이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대표(사진=FCP)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제안…경영진 후보로는 ‘차석용’

싱가포르계 사모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지난달 19일 접수한 KT&G 2023 주주총회 안건 중 KGC인삼공사 분리상장과 관련해 차석용 전 LG생활건강(051900)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상세 분할계획안을 재접수했다고 15일 밝혔다.

분할계획안은 KT&G에서 KGC인삼공사 주식을 100% 보유한 지주회사(분할신설회사)를 설립하는 안을 담고 있다. 이 분할회사의 이사회에는 차 전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 등이 경영진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FCP는 현재 KT&G의 자회사 체제보다는 별도 경영을 통해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담배와 인삼은 성격이 다른 만큼 독립 경영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FCP는 분할을 통해 인삼의 차별화 경쟁력을 키우면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5년 안에 지금의 4배 이상으로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분할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현재 KT&G가 KGC인삼공사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KT&G는 “지난달 인베스터 데이 개최를 통해, KT&G 그룹의 미래 비전 및 성장 전략을 주주를 비롯한 시장관계자들과 공개적으로 소통했다”며 “앞으로도 주주의 의견을 존중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속적인 성과 창출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시장에서는 1% 지분을 보유한 FCP의 주주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백화점(069960)의 인적분할 실패, 에스엠(041510)(SM)의 이사회 구조 개편 등 소액주주들이 모였을 때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흐름이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주가 상승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만큼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FCP의 제안에서 가장 소구력이 있는 것은 차석용 전 대표의 KGC인삼공사 경영진 선임이다. LG생활건강을 국내 대표 종합화장품 회사로 키우고 주가를 수십배 상승시킨 그의 이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에 FCP가 소액주주들의 표를 결집시키고, 국민연금까지 가세한다면 주주총회에서 반전을 이끌어 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KT&G 주식 토론방 등에서는 분리안건에 찬성하겠다는 글을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다.

KT&G “하반기 새로운 주주환원책 발표” 주주마음 잡기 나서

FCP 외에 또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안다자산운용도 KT&G에 주주제안을 신청한 상태다. 안다자산운용은 현재 6명인 사외이사 정원을 8명으로 늘리고, 배당을 현재 5000원에서 7800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안다자산운용은 KT&G의 대표이사가 사외이사들을 임명하고, 사외이사들이 대표이사를 추천하는 등의 ‘셀프 연임’을 해왔던 구조를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G는 사외이사는 독립된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주총에 추천해서 주주 결의로 선임한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백복인 KT&G 지난달 사장이 1월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KT&G-PMI 글로벌 콜라보레이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KT&G는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 분리상장으로 얻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밝혔다. 당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은 “KT&G와 KGC가 사용하는 원료가 농작물이기 때문에 서로 관계하고 있는 농민과 정부를 대상으로 한 노하우를 공유한다”며 “면세와 대형 유통채널 교섭력, 스마트팜을 함께 운영하는 공동 연구개발(R&D), KT&G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KGC의 해외 진출 시너지 등을 상실할 수 있으며, 자금 지원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KT&G는 “올해 자사주 3000억원 매입과 배당 5900억원 등 9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이 있다”며 “연내 반기배당을 실시하고 하반기에는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며 주주 마음 잡기에 나섰다.

KT&G 관계자는 “이번 주주제안에 대해서 관련 절차에 따라 충실히 검토 중에 있으며, 적법한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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