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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목돈이 생긴 주식 초보 형옥은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한 테마주 종목을 소개받았다. 반신반의하며 며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기웃거리던 형옥의 눈에 해당 종목이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사실이 들어왔다. 형옥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자신이 가진 목돈을 몽땅, 그 종목이 사흘 연속 상한가를 친 뒷날 장 시초가에 들이부었다. 장 초반 급등하던 그 종목은 장 후반 결국 급락으로 마감하고 말았고 그 같은 추세는 한동안 지속됐다. 이제나저제나 원금 회복만의 시점을 기다리던 형옥은 결국 투자금의 3분의 1도 건지지 못하고 몇 달 만에 돈을 빼고 말았다. 이 같은 얘기를 술자리에서 들은 형옥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형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따, (_) 왔는가?”>
1) 황소 2) 염소 3) 한우 4) 흑우
먼저 흑우(黑牛)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①‘털의 빛깔이 검은 소’ ②(민속)‘제주에서, 성대하게 올리는 제사의 제물로 바치던 검은 소’ 라고 나온다. 왜 갑자기 ‘소’가 저 문맥에 어울리는 단어가 됐을까.
흑우의 사전적 의미는 물론 검은 털을 지닌 소지만, 이 단어가 위와 같은 편한 일상 대화에서 쓰인다면 그 뜻은 소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 된다. 특히 본인이 그런 말을 듣는 객체가 된 상황이라면, 본인을 비꼬는 말이니 적절한 대응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만 ‘흑우’는 직설적인 조롱인 ‘호구’ 대신 약간의 유머를 섞어 순화한 표현쯤으로 볼 수 있는 단어다. 원래 ‘호구’라는 단어의 첫 번째 뜻이 ‘호랑이의 입’이라는 점임을 고려하면, 호랑이가 소로 바뀐 것은 다소 친근감을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경제 용어로 ‘현금 창출원’을 뜻하는 긍정적 단어인 캐시카우(Cash Cow)가 ‘흑우’와 같은 소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흑우’라는 단어가 유행하게 되면서 네티즌들은 ‘블랙말랑카우’, ‘블랙앵거스’, ‘블랙야크’, ‘블랙펜서’, ‘흑두루미’ 등으로 ‘흑우’와 비슷한 표현을 무한 생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