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野도 커지는 ‘정홍원 유임’ 후유증

  • 등록 2014-06-26 오후 4:54:29

    수정 2014-06-26 오후 5:45:23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유임했다. 사진은 지난 3월 4일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박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 사진출처=뉴시스


[이데일리 이도형 강신우 기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국무총리가 두 달여 만에 유임됐다. 사의 표명을 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뒤에 뒤집어진 것은 정 총리가 헌정 사상 최초다. 여야 정치권은 정 총리의 유임소식에 들썩였다. 격양된 반응 일색인 야권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정 총리 유임에 따른 후유증이 커지는 분위기다.

與, “고뇌 찬 결단” 옹호 속 반발기류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 총리의 유임소식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민현주 대변인이 발표한 당 공식 논평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산적한 국정 현안의 추진을 위한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이해한다”였다. 이완구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도 “국정이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7·14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당권주자 중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도 신중한 모습이었다. 서 의원은 “인사권자의 고뇌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김무성 의원은 “내 주의가 인사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잘 안 한다”며 “잘못된 청문회 문화 속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당의 얼굴 격인 지도부의 기류는 조심스럽지만, 막상 당 내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영우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피해자 가족과 국민에게 이런 결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여당 의원으로서도 난감하다. 매우 안타깝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유임 사유를) 직접 밝혀달라”고 말했다.

비주류 인사인 이재오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즐겨 인용하는 한비자의 경구를 재차 사용하면서 유임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비자가 말하길 세유삼망(世有三亡)이라고 했다”고 했는데, 이는 ‘세상을 망하게 하는 것 3가지’라는 뜻으로 난(亂)이 치(治)를 공격하면 망하고, 사(邪)가 정(正)을 공격하면 망하고, 역(逆)이 순(順)을 공격하면 망한다는 의미다. 한 재선의원은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응하는 등 ‘이해하기 어렵다’는 기류도 읽혀진다.

격양된 野… “무능 정권 자인한 꼴”

야권은 유임소식에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내놓는 등 격양된 분위기다. 당 지도부부터 일반 의원들까지 비판 일색이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총리 한 분을 추천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총리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셨고 청와대에서도 그것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지 않았느냐”며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며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인가. 무능·무책임·무기력한 3무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만평에나 나올만한 얘기”라며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다. 특히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농락당한 기분이 들지 않을지 참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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