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쪽짜리 부산모터쇼는 막아야

  • 등록 2014-03-20 오후 7:18:58

    수정 2014-03-20 오후 7:18:58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내로라하는 해외 모터쇼는 개최국 자동차산업의 축제장이다. 전시장 배정부터 자국 회사를 배려하고, 업체들도 무대를 빛내려 각종 신차로 화답한다. 가령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미국 자동차 업체 빅3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주인공이 되고, 이들은 모터쇼에서 대거 신차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운다. 업체는 광고효과를 누리고, 모터쇼를 개최한 지역이나 국가는 자동차 산업이나 문화가 부흥하고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다.

하지만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릴 예정이던 2014 부산 국제모터쇼는 잔치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다. 반쪽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전시장 배정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쌍용자동차(003620)가 불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제2전시관에 배정됐다. 2전시관은 메인 전시장인 제1전시관과 떨어져 있는데다 제1전시관과 비교해 규모는 약 40% 작고 높이도 낮다. 아울러 33m 간격마다 1.5m 굵기의 기둥이 있어 대규모 자동차 전시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모든 완성차업체가 꺼리던 2전시관에 쌍용차가 일방적으로 배정이 됐으니 화가 날 법도 하다.

사실 이번 모터쇼의 파행은 지난해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터다. 자동차협회는 “작년부터 2전시장에서 자동차전시는 어렵다”는 뜻을 여려 차례 주최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부산시나 벡스코는 국내 완성차 1곳을 2전시관으로 보내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부산시와 벡스코가 전시규모가 가장 작은 쌍용차를 2전시장으로 배정하는 강수를 뒀다가 사단이 난 것이다.

부산시와 벡스코는 쌍용차의 참여를 계속 설득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쌍용차도 불참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부산시와 벡스코 측이 대관료나 설치비를 깎아준다고 하지만 돈 들인 만큼 홍보 효과도 없는데 왜 전시회에 참가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시장소를 바꾸지 않는다면 참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만약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사상 최대 규모라는 2014 부산모터쇼 위상과 의미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부산이 모터쇼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기회도 멀어진다. 그 뿐 아니다. 모처럼 국내외에서 도약기회를 잡은 쌍용차로서도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안된다. 패자만 있는 게임이란 얘기다.

결국 양측의 간극을 좁히려면 지속적인 대화밖에 없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서로 평행선을 달리다가는 둘 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산업이 모두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부산시, 벡스코나 쌍용차가 원하는 게 반쪽짜리 모터쇼는 아닐 것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모두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모터쇼까지는 두달이나 남았으니 대화로 해법을 모색하기는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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