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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데일리가 찾은 인왕산엔 검은 빛이 돌았다. 초록빛을 띠어야 할 4월 초봄의 나무들은 검정, 초록의 삼색을 띠고 있었다. 꼭대기까지 모두 타버린 나무들은 검었고, 불길을 겨우 피한 나무들만 푸른 새 잎사귀를 지켜냈다.
소방당국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화재를 완전 진압하기 위한 잔불 정리에 집중했다. 소방청은 전날 늦게 화재 진압률이 90%에 달한다고 발표했으나, 건조한 날씨와 바람 탓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늘에서도 소방헬기가 검게 그을린 산을 향해 물을 뿌렸다. 의용소방대원들은 갈퀴와 삽 등을 이용해 바닥에 남았을지 모를 불씨를 확인했다.
불이 난 인왕산 기차바위 인근의 반대편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 주민과 주민센터 관계자들도 분주했다. 홍제3동 주민센터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9시께 화재 진압 대원들에게 제공할 컵라면과 생수 등을 트럭에 싣고 개미마을 경로당에 왔다. 이 마을 주민들은 경로당에서 끓인 물을 대용량 보온 통에 옮겨 담았다. 홍제3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잔불 처리하고 있는데 (진압 대원들이) 지금 아무것도 못 먹고 있다고 해서 보온 통에 물을 담아 트럭으로 올라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전날 인왕산 중턱에서 시작된 불은 25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완전히 진압됐다. 불은 인왕산 북동쪽 자하 미술관 인근에서 시작된 뒤 바람 길을 따라 인왕산 둘레 여러 곳으로 번졌으며, 축구장 약 21개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 15.2헥타르(ha)가량을 태웠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은 헬리콥터 15대를 포함해 진화장비 총 207대와 소방, 구청, 경찰, 산림청, 군 인력 등 총 5131명을 투입해 불을 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자연발화와 방화, 실화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초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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