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작가 "가상 맨션에 사는 '비주류'의 삶…진보한다는 믿음 담았죠"

새 장편소설 '사하맨션' 출간
난민·약자 통해 한국사회 들여다봐
"'82년생 김지영' 통해 자신감 얻어"
차기작은 중학교 여학생 성장 이야기
  • 등록 2019-05-28 오후 2:48:22

    수정 2019-05-28 오후 3:49:14

조남주 작가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하맨션’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가상의 맨션을 배경으로 했지만 결국은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의 이야기다.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나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다른 시공간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2018년은 그야말로 조남주(41) 작가의 해였다. 대한민국에 페미니즘 열풍을 몰고 온 ‘82년생 김지영’으로 밀리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데 이어 미국·영국·프랑스·스페인 등 18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아시아권에서도 번역·출간되자마자 단숨에 화제에 올랐다. 일본어판은 나온 지 3개월 만에 13만 부를 인쇄하며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대만에서는 가장 빨리 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 소설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번엔 국가 시스템 밖에 놓인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네 번째 장편소설로 선보이는 ‘사하맨션’(민음사)이다. 2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조 각가는 “밀입국해서 들어온 인물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최근의 난민 문제와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다”며 “사실 난민뿐만 아니라 노인, 여성, 성소수자 등 ‘주류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약자가 마주한 차별 들여다봐

‘사하맨션’은 기업의 인수로 탄생한 기묘한 도시국가와 그 안에 위치한 퇴락한 맨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30년 동안 맨션을 찾은 사람들은 국가로부터 ‘반품’되었거나 ‘반입’조차 불가한 ‘사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살인자가 되어 사하맨션에 찾아든 남매를 비롯해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없었던 사람 등 입주자들의 면면은 우리사회의 약자와 소수자가 마주한 차별과 혐오를 돌아보게 한다.

“‘82년생 김지영’이 밑그림을 그려놓고 차근하게 색칠을 했다면, 이번 소설은 계속해서 덧그리고 지우면서 완성한 ‘오답노트’ 같다. 처음 이야기를 구상한 건 2012년 3월인데 이후 한국사회는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들을 겪어왔다. 비주류인 사람들이 기본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사회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소설이 시작됐다. 글을 쓰면서 가진 가장 큰 질문은 ‘우리는 지금 퇴보하고 있는가’다. 순간순간이 나빠지는 것처럼 보일지언정 어쨌거나 진보하고 있다는 믿음이 작품 안에 담겨있다.”

작품의 제목은 러시아의 사하 연방공화국에서 이름을 따왔다. 조 작가는 “사하 공화국은 최저 기온이 영하 70도까지 내려가는 등 사람이 사는 곳 중에 가장 추운 지역이지만, 광물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기도 하다”며 “그런 은유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사하맨션’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인생작 ‘82년생 김지영’…“사회적 책임감 느껴”

조 작가에게 있어 ‘82년생 김지영’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를 가장 주목받는 여성 작가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페미니즘 작가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다. 처음 ‘82년생 김지영’을 쓸 때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읽어주고, 다양한 의견을 주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소설이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주고 사회 변화와 함께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지난 2월 일본을 다녀왔는데 일본 여성들도 자신과 비슷한 지점이 있어서 공감된다고 하더라.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편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82년생 김지영’이 그랬듯이 이번 소설도 독자들의 반응과 소감으로 완성돼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차기작으로는 중학교 여학생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질문들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나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만든다. 이 소설이 어떻게 읽힐까보다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가 나에겐 더 중요하다. ‘82년생 김지영’은 소설이 바깥으로 확장되어 가는걸 몸소 느끼는 쾌감이 있었다. 앞으로도 늘 관심이 가는 소재와 세상에 던지고 싶은 질문들을 소설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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