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정부가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부과할 때 기준으로 삼는 주택 공시가격을 낮게 책정한 서울 8개 자치구에 시정을 요구했다. 8개구 소재 단독주택 총 9만여가구 중 456가구의 공시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낮게 산정된 공시가를 정부가 나서서 다시 올리라고 한 점은 조세형평성 확립 측면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정부와 지자체 간 ‘엇박자’ 때문에 애먼 주택 보유자들만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표준-개별주택 공시가격 간 변동률 차이가 3%포인트 이상 크게 난 서울 8개 자치구(종로·중·용산·성동·서대문·마포·동작·강남구)를 조사한 결과, 오류가 발견된 곳의 경우 각 자치구의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통해 조정하도록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자치구들은 문제된 사례를 시정해 이달 30일 최종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 조사 결과 표준주택을 잘못 선정해 개별주택 특성을 잘못 입력한 경우가 90% 이상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강남구 A동 소재 한 개별주택(올해 공시가격 25억3000만원)은 인근에 특성이 유사한 표준주택 B(올해 공시가격 18억1000만원)가 아니라 접근성이나 시세가 차이나는 다른 표준주택 C(올해 공시가격 15억9000만원)를 선정해 공시가를 매겼다. 개별-표준주택 간 공시가 상승률 격차가 생긴 원인이다. 실제 또한 서울 D구 D동 개별주택은 용도지역이 1종일반 주거지역에서 2종일반 주거지역으로 변경됐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으며, E구 E동 개별주택은 토지용도가 실제 주거상업혼용지대이나 순수주거지대로 수정했다. 김규현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정부가 주택가격 비중표를 내려주면 지자체는 그 내용을 갖고 토지, 주택특성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데 이 과정에서 개별주택 옆에 있는 표준주택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멀리 있는 포준주택을 활용하는 사례가 일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주택 보유자들일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달부터 내 집의 공시가가 얼마라고 확인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30일 최종 확정 시에 공시가가 크게 뛰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시가격 산정은 정확하고 공정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내 집의 공시가격이 과연 맞게 산정됐는지, 세금을 맞게 내고는 있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시세의 60%정도밖에 안 되는 공시가 현실화율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너무 과도하게 올리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