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중소 하도급 식품업체 9개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6월에 식품업종에 대해 처음으로 대금미지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직권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4월 8일자 <공정위, 제과·라면업체 '하도급 체불' 조사 나선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조사 배경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그동안 공정위는 식품업계로부터 신고된 ‘하도급대금 체불’ 사건만 서울사무소 차원에서 가끔 조사했을 뿐이다. 공정위 본부 차원의 하도급대금 체불 조사는 주로 건설업계를 상대로 이뤄졌다. ‘공정위가 본부 차원에서 왜 식품업 하도급대금 체불 조사까지 나섰냐’고 업계 안팎의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 “혐의 발견..과자·라면업계 조사 검토”
공정위와 업계 반응을 종합하면 이번 조사 배경·특징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드러나지 않은 식품 분야 원사업자(대기업)의 교묘한 ‘갑질’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중소 하도급 식품업체 대표들은 이날 정 위원장과 만나 “원사업자의 대금미지급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며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공정위 제도하도급개선과 관계자는 “중소업체 대표들이 ‘하도급 대금 미지급, 하도급 대금을 늦게 지급하면서 지연이자 미지급, 하도급 대금을 어음이나 어음대체 결제수단으로 지급하면서 할인료나 수수료 미지급 등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업체들은 특정 대기업을 거론할 경우 향후 하도급 계약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보복 우려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둘째,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전방위 조사라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작년 7월 “경제수석실은 공정위로 하여금 이와 같은 (하도급) 법 위반 사례가 있는지 철저히 점검토록 해서 중소하도급 업체들이 제때 현금을 받지 못하거나 장기 어음 지급으로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각별히 챙겨보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후 공정위는 당시 9월부터 건설분야 원사업자 200개, 수급사업자 1만5000개를 대상으로 전방위 서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매년 9만5000개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식품업종까지 조사 대상을 넓히면서 조사를 강화하는 양상인 셈이다.
정 위원장은 이날 “대금 미지급 문제 해소는 공정위의 가장 역점 추진 사항으로서 전방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중소기업 조사 강화하는 공정위
셋째, 소비자·중소기업 분야 쪽 조사를 강화하는 공정위 기류가 반영된 점이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는 특정 대기업집단을 겨냥한 재벌개혁보다는 소비자·중소기업 분야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왔다. 올해는 업무보고 제목을 ‘소비자와 중소기업이 함께하는 활기찬 시장경제 구현’으로 정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 경제가 난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근간인 중소하도급업체가 기업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국민의 일상과 관계된 소비자 분야,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 관련기사 ◀
☞ 공정위, 제과·라면업체 '하도급 체불' 조사 나선다
☞ 16조 공공발주 공사에 '하도급대금 직불제' 도입(종합)
☞ 공정위, '불공정하도급' 남영건설에 1억여원 시정명령
☞ 정재찬 공정위원장 "하도급대금 문제 직권조사"
☞ 공정위, '불공정 하도급' 포스코 계열사 1.3억 과징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