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부동산 거품 붕괴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초저금리로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으나,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주요국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면서 차입 비용이 치솟아 주택 구매자들의 자금 조달이 한계에 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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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 기관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토대로 주요 30개국의 올해 1분기 집값을 조사한 결과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price-to-rent) 비율과 소득 대비 주택가격(price-to-income) 비율 등 현 시점의 각종 지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이 펀더멘털 대비 과하게 올랐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 비율,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실질·명목 부동산 가격 성장률, 대출 증가율 등 5개 지표에 대한 표준점수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위험이 가장 높은 나라는 뉴질랜드였다.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7위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국이 대부분 유럽으로, 아시아 중에선 한국(17위)·일본(18위)만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의 분석을 인용해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의 부동산이 가격 조정 위험에 취약하다고 전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위험, 가계부채 증가율, 집값 상승 속도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홀딩스의 롭 서브바라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와 금융 사이클이 동시에 하락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면서 “지난 10여년 간 양적완화(QE)가 주택 시장의 거품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은 2008년과 같은 금융 시장 붕괴가 반복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가계 저축이 여전히 건재하며, 노동 시장 여건도 나쁘지 않아 완충 장치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스코샤 은행의 투울리 맥컬리 아시아태평양경제실장은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집값 조정은 소비자 지출과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주요 국가의 가계 대차대조표가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 거품이 세계 경제로 연결되는 등 특별히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