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최근 한국 방문 당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해 ‘비공식적’ 우려를 표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전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한국의 새로운 전단 금지법이 워싱턴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는 기명 칼럼에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로긴은 칼럼에서 “미국 국회의원과 비정부기구(NGO)는 한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달래기 위해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제물로 바쳤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을 인용해 “비건 부장관이 최근 해당 법률 개정에 앞서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해당 법안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했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건 방한 당시 대북전단살포법 우려 전달했다는) 관련 보도는 봤다”면서도 “외교 관계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전례가 있다.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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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부장관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4박5일 간 한국에 머물렀다. 방한 시점은 대북전단금지법 처리 이전으로, 비건 부장관은 방한 기간 동안 강경화 외교부 장관,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잇달아 만났다.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권인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대북전단금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시킨 뒤 강행 처리했다.
한편 국제사회 일각에서도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법으로 못 박은 데 대한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전단 살포 금지가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북한 인권 증진에도 역행한다는 우려다.
앞서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이날 톰 랜토스 인권위 공화당 측 관계자를 인용해 내년 1월 새 회기 시작 후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VOA 방송은 “이 청문회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처리가 강행된 데 대한 미 의회 차원의 첫 조치가 될 것”이라며 “대북전단금지법 외에도 인권 문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 조치들이 포괄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남북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전단을 살포하거나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 합의서 위반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골자다.
| 최종건(왼쪽) 외교부 1차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닭한마리 식당에서 미시간대 후드티를 입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국 부장관.[사진=외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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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건(왼쪽) 외교부 1차관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닭한마리집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사진=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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