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습?…'태평양 섬나라' 나우루 "대만과 단교…中과 국교 수립"

대만 수교국, 12개국으로 줄어
대만 외교부 "中, 대만 선거기간 겨냥해 나우루 유혹"
  • 등록 2024-01-15 오후 4:06:59

    수정 2024-01-15 오후 5:40:29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남태평양 섬나라인 나우루가 중국과 국교를 맺겠다며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지난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파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중국이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9년 대만을 방문한 라이오넬 아잉기메아(오른쪽) 당시 나우루 대통령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사진=AFP)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나우루 정부는 이날 중국과의 국교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만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나우루 정부는 “더 이상 중화민국을 별도의 국가로 간주하지 않고 중국의 분리할 수 없는 일부로 인정할 것”이라며 “대만과 공식 관계·교류를 이어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중국과 대만은 분리할 수 없으며 중국 정부만이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자국과 수교하기 위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나우루는 그간 중국과 대만 사이를 오가는 외교를 폈다. 나우루는 1980년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었으나 2002년 중국과 수교를 이유로 관계를 끊었다. 2005년 나우루는 다시 중국과 단교하고 대만과 재수교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만은 나우루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우루가 단교를 선언하면서 대만과 정식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는 과테말라, 파라과이, 에스와티니 등 12개로 줄어들었다.

대만은 총통 선거 직후 나우루가 단교를 선언한 배경에 중국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반중 성향 라이칭더 정부를 흔들려 한다는 의심이다. 톈중광 대만 외교부 정무차장(차관)은 “중국이 재정 지원을 미끼로 나우루를 유혹했다”며 “특히 대만의 선거 기간을 겨냥해 나우루를 유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을 향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대만 안보당국은 선거 전에도 중국이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를 더욱 줄이려 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기로 한 나우루 정부 결정을 환영하고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해 나우루와의 양자 관계에서 새로운 장을 열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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