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검찰이 청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 지시가 명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방부 입장이 난처한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법안을 발의했다. 이 장관에 대해서도 수사를 위법한 방법으로 방해했다며 해임건의안 또는 탄핵소추안 발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그간 박 대령 측에 ‘누굴 빼라 마라’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지난달 30일 국방부 검찰단이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한 사전 구속영장청구서를 보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이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
청구서에는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결과와 관련한 언론 브리핑이 취소된 직후 ‘해병대 부사령관은 오후 2시 10분경 국방부에 들어가 우즈베키스탄 출장 직전이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이첩보류 등 지시를 받고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했다’고 기술돼 있다.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은 같은 날 오후 4시쯤 해병대사령부 회의실에서 해병대사령관, 해병대사령부참모장, 공보정훈실장, 비서실장, 정책실장, 박 대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국방부 장관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종섭 장관에게 박 대령 구속영장청구서에 장관 지시 사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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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청구서 7쪽에는 ‘부사령관이 장관님 지시사항은 △수사자료는 법무관리관실에서 최종 정리를 해야 하는데,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 △수사결과는 경찰에서 최종 언론 설명 등을 하여야 한다 △장관이 8월 9일 현안 보고 이후 조사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 △유가족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회의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진술이 기재돼 있다.
이는 문서로 된 명시적 이첩보류 지시가 없었다는 박 대령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술된 것이지만, 이 장관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적 없다고 한 그간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국방부는 “군검사가 부사령관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요약한 것”이라며 장관이 직접 언급한 내용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사실상 이 장관이 사단장 등의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특히 이 장관은 군사법원법에서 장관이 수사를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해당 개정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 장관의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군사법원법 개정 취지에 대해 “군에서의 개입을 배제하겠다, 특히 지휘부의 간섭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군 수사기관이 범죄사실을 알면 ‘바로 딱 신속하게’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2021년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사건 당시 군사경찰의 수사 은폐 및 축소 논란이 일면서 범죄 혐의점이 있는 군내 사망사건의 경우 군 관련 수사기관이 아닌 민간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하도록 군사법원법을 개정했다.
|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군사법원법 개정 당시 회의록을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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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나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TF 등은 이날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도 발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국가안보실 소속 관계자와 국방부 장·차관, 법무관리관 등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가 조사 관련 사항을 보고 받고, 수사단이 조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해병대 군사경찰이 적법하게 경찰청에 이첩한 기록을 위법하게 되돌려 받도록 했다”며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외압행사 의혹까지 제기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