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예상됐던 순서죠.”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24일(현지시간) 서비스명 뒤에 ‘-GPT’를 붙이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자사 브랜드 표기법 가이드라인을 공개하자 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챗GPT의 API를 활용한 서비스가 쏟아지자 상표권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해석되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비영리 기관으로 출발한 오픈AI가 이제는 이름이 무색하게 수익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이다.
이런 목소리는 지난달 오픈AI가 차세대 초거대 AI 모델인 ‘GPT-4’를 출시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챗GPT가 나온지 4개월여 만에 등장한 GPT-4는 이미지를 인식해 대답할 정도로 더 똑똑해졌지만 정작 매개변수(파라미터) 숫자, 학습 데이터 등 AI 모델에 관한 상세 정보는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오픈AI 이름을 ‘클로즈드(closed) AI’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지금까지 AI 기술이 ‘공유’를 통해 발전해왔다는 점에서 오픈AI의 태도는 ‘배신’에 가깝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오픈AI의 행보는 초거대 AI 분야가 얼마나 치열한 전쟁터가 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오픈AI가 GPT-4 모델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도 결국 “경쟁자와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구글 같은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까지 무섭게 쫓아오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려 한다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것이 등장할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른 게 지금의 AI다.
더 무서운 건 오픈AI가 촉발한 이 AI 전쟁이 ‘데이터 식민주의’를 낳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모두가 챗GPT에 질문을 입력하고 답을 기다린다면 우리가 입력한 정보(데이터)는 오픈AI의 데이터베이스에 쌓일 수밖에 없다. 자체 초거대 AI를 보유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의 AI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은 미국, 중국, 이스라엘과 함께 자체 초거대 AI를 보유한 4개국 중 하나라는 점이다. 초거대 AI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활약하는 것이 클로즈드 AI 시대에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