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알리라'…이태원 참사로 빛바랜 '112의 날'[그해 오늘]

1957년 처음 도입한 112 신고제로 시민 제보 활성화
범죄와의 전쟁 한창이던 1990년 11월2일 기념일로 지정
조직 한계 보완위해 차선책으로 도입한 112인데
오원춘 사건 뭉개고 이태원서 최소한의 역할도 못해 빛바라
  • 등록 2022-11-02 오후 4:43:11

    수정 2022-11-02 오후 4:43:11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경찰 112 신고전화는 1957년 7월 도입됐다. 당시 경찰은 서울시경 관할에 시민 전화신고제를 도입하기로 추진하고 체신당국과 협의해 번호를 112로 정했다. 사건 내용을 일일이(112) 알리라는 의미였다. 경찰은 신고제를 활성화하고자 1959년 112회선을 확대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 치면 112 치안종합상황실 격인 지령대를 신설했다. 24시간으로 돌아가는 지령대에서 신고를 접수하고, 신고를 처리하기에 적합한 경찰서 및 경찰관에게 알려주는 식이었다.

드라마 ‘보이스’ 주연배우 이하나가 극중에서 112 상황실 근무자로 열연하는 모습.(사진=OCN)
제도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었다. 전에는 범죄 신고 기관마다 전화번호가 달라 혼동하기 일쑤였다. 112는 혼재된 번호를 통일하고 시민 불편을 줄였다. 시민은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킬 수 있고, 경찰은 경찰력을 쏟는 노력을 줄여서 서로 이득이었다. 일각에서는 112 신고제가 시민이 서로 감시하도록 부추긴다고 경계했지만, 그럼에도 순기능이 컸다. 서울시경은 1964년 8월 최근 5개년 동안 전화 신고건수가 6만568건이고 해마다 최대 50%씩 신고 전화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힘이 부칠 즈음이면 시민의 힘을 빌렸다. 1990년 11월2일(112와 숫자가 겹치는 점에서 착안)을 범죄 신고 강조의 날로 지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당시는 노태우 정부가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수사 당국 힘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시민의 힘을 빌리려는 것이었다.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을 112 신고가 해결한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탈옥수 신창원 검거가 꼽힌다.

그러면서 112는 시민이 기댈 최후의 보루로 자리 잡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이하 같은 시기 기준) 112 신고 접수건수는 1829만6631건으로 연간 하루에 5만127건이다. 하루에 얼추 국민 1000명당 한 명꼴로 112 전화를 거는 셈이다. 요즘은 신고 방식도 진화해 문자 메시지로 할 수 있고, 전화로 대화하는 게 여의찮으면 다이얼을 눌러 의사소통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접수된 사건은 사소한 시비(73만 건)나 행패·소란(45만 건) 같은 민원성도 많지만 살인(657건)과 강도(658건) 같은 강력범죄도 상당하다.

개중에는 허위 신고도 만만찮다. 2020년 허위 신고는 4063건이었다. 여기서 22명이 구속될 만큼 허위신고는 강력한 처벌이 따른다. 경찰청은 만약 의도치 않게 잘못된 신고를 하게 되면 재신고해서 바뀐 사정을 다시 알려달라고 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헛걸음하느라 다른 사건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오원춘 사건에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무능을 감추고자 내용을 뭉개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112는 경찰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도입한 것일 테다.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를 사명(경찰공무원 복무규정)에 비춰보면 사건·사고를 예방하는 게 최선인데,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으니 사후에라도 적절히 대응하는 게 차선이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2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 입구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번에 이태원 참사 직전에 112 신고 전화가 빗발친 것은, 경찰의 이런 역할에 시민이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애초에 현장에 없었고 신고를 받고도 가지 않았다. 경찰은 최선도 차선도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 올해 112의 날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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