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서 또 빠진 여행업계…"살지 말고 죽으라는 것"

29일부터 '일상회복 특별융자’ 신청 시작
손실 보상 제외 업종, 1% 초저금리 대출
여행업 "신청하려고 들어가니 지원 안 돼"
'오미크론' 여파…여행객 예약 취소 요청
  • 등록 2021-11-30 오후 4:27:45

    수정 2021-11-30 오후 4:27:45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당장 먹고 살 정도는 돼야 하는데…다시 손가락 빨아야 할 지경이에요.”

20년 넘게 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한 구영애(49)씨는 손실보상을 받지 못한 업종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을 지원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 구씨는 신청을 시작하자마자 홈페이지에 들어갔지만 ‘여행업’은 대상 분류에 들어가 있지도 않아 지원 대상인지 조회조차 불가능했다. 그는 “우리한테 어떻게 살라는 건지, 죽으라는 것 밖에 안 된다”고 토로했다.

10월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괌으로 여행을 떠나는 탑승객들이 수속을 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숙박은 있는데 여행만 없어”…정책 취지 무색

29일부터 온라인 신청을 시작한 ‘일상회복 특별융자’는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업종을 대상으로 정부가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집합금지·영업시간제한’이 아닌 인원·시설운영 제한 방역조치를 이행한 업종이 이에 해당되며, 1% 초저금리로 2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달 지급한 손실보상금은 집합금지·영업시간제한을 받은 업종만 지급받아 비대상 업종들이 반발한 바 있다.

손실보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지만 여행업은 또 다시 지원업종에서 제외됐다. 여행업 역시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인원제한 조치를 직접 받은 업종이다. 사적모임 인원제한에 맞춰 여행 상품을 판매하거나 ‘일행 쪼개기’ 편법으로 예약을 진행할 경우 방역조치 위반으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아서다.

여행업계가 분노하는 이유는 지난주 기획재정부가 ‘일상회복 특별융자’ 등 소상공인 지원이 포함된 민생경제 지원방안을 발표할 당시 여행업도 지원 업종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30일 ‘소상공인정책자금’ 홈페이지를 보면 ‘여행업’은 지원 대상에 빠져 있다. 손실보상 제외 업종으로 피해 보상을 함께 요구하고 나섰던 숙박업과 실외체육시설, 전시업 등은 모두 대상에 포함됐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지난 23일 “손실보상 비대상 업종의 예시로는 결혼·장례식장(50인 미만), 숙박시설(모든 객실의 일정 부분만 이용), 여행업(사적모임 제한에 따른 피해) 등이 있다”며 “이들 공통 지원에는 구체적으로 일상회복 특별융자 신규 공급 (2조원) 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상공인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업종에 대한 ‘일상회복 특별융자’ 신청이 시작된 29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미크론에 예약 줄취소…생계 이중고”

남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으로 전 세계가 또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는 상황에서 불안에 휩싸인 여행업계는 기대했던 정부 지원까지 무산되면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일상 회복을 기대했지만 여행 예약을 잡아놨던 고객들이 예약 취소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해외여행이 가능해진 국가에서 오미크론 확산이 발견될 경우 하늘길이 막힐 수도 있어서다.

강동구 명일동에서 17년간 여행사를 이끌어 온 강모(49·여)씨는 취소 요청이 하나 둘씩 들어오는데다 정부 지원에서 빠졌다는 소식까지 들으며 힘이 빠졌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예약을 억지로 받아서 진행해도 며칠 있다가 취소하면 손실은 똑같아서 억지로 여행을 권유할 수도 없다”며 “변이가 나오면 안되는데 (오미크론으로) 지금 분위기는 완전 침체됐다”고 하소연했다.

구영애씨 또한 “이번 정부 지원으로 2000만원 대출 받아서 아껴쓴다고 해도 1년 이상 버티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그래도 문을 닫을 순 없어서 정부가 대출 지원해준다는 소식에 하나의 희망을 가졌는데 업종 자체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아침에 부들부들 떨리더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부처가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함께 진행하있다 보니 여행업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부처 간 담당하고 있는 업종이 달라 협의 과정에서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어 여행업 지원에 대해서 다시 협의하고 있다”며 “내년 예산을 반영해 문체부에서 단독으로 지원이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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