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달…의료 현장 혼란 여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달, 앞으로의 과제는?'토론회 개최
"복잡한 서식, 과도한 의료진 처벌 규정 등 대대적 개선 필요"
복지부 "현장 의견 충분히 반영할 것"
  • 등록 2018-03-16 오후 6:19:18

    수정 2018-03-16 오후 6:19:18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된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의료 현장에선 혼란이 여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은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달, 제도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해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달, 제도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연명의료결정법에 대대적인 메스를 대야 한다며 재개정을 촉구했다.

첫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인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으로서 한달여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현황을 설명하며 이 법이 대체적으로 연착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서식 간소화, 가족 범위 축소, 제한적 대리결정 제도 도입, 지정대리인 제도 도입, DNR(심폐소생술 거부) 제도화 등을 추가로 논의할 내용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의료계 종사들은 일제히 이 법에 대해 집중 포화를 쏘아 올렸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복잡한 서식과 의료진에 대한 과도한 처벌 규정을 문제 삼았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윤리법제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문재영 충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명의료 서식 작성을 위한 등록사이트 가입을 위해 16단계가 필요해 의료기관 전담 근무자들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고충이 되고 있다”며 “이처럼 정보 입력 절차가 까다롭다보니 의료현장에서는 법 적용을 포기하거나 법 절차에만 맞춘 형식적 설명과 서명만이 이뤄질 뿐”이라고 꼬집었다.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 의사에 반한 결정 등을 내린 의사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리도록 한 형사처벌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기획이사인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 법은 연명의료 중단을 원하지 않는 환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의사 등의 범죄를 막기 위해 제정됐던 법이 아니다”라며 “이런 악행은 기존의 법률로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연명의료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선 처벌조항이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적용 배제 규정 등 면책 조항을 두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명의료결정 적용 대상을 임종기와 말기로 구분하는 현 상황을 외국처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허대석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교수는 “암 환자와 다르게 심부전 같은 만성질환에서는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환자가 사망하기 때문에 말기·임종기를 현장에서 진단하기 어렵다”며 “외국의 경우 연명의료 결정에 대해 ‘터미널’(terminal·말기)로 통일해 기준을 제시하는데 우리나라도 의료진에게 임종기와 말기를 구분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제도가 의료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료계의 지적에 공감한다”며 “앞으로 현장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인프라 확충, 법·제도 개선은 물론 대국민 홍보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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