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 때 우산 뺏는 은행들…"정상기업도 경쟁적으로 대출회수"(종합)

  • 등록 2016-04-07 오후 3:40:40

    수정 2016-04-07 오후 3:40:40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지난해 중견기업 A사는 경기 침체로 판매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몇 년간 매출이 워낙 탄탄했던 터라 이 위기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직원을 독려하고 나섰던 A사 사장은 주거래은행이 보낸 서류 한통을 보고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그동안 연체 없이 이자를 꼬박꼬박 냈던 만큼 당연히 만기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질 줄 알았지만 한 달 안에 대출금을 모두 갚으라는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은행 한곳이 대출 회수에 나서자 A사와 거래해 온 다른 은행들까지 경쟁적으로 대출 회수를 요구하면서 A사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7일 비올 때 우산 뺏는 은행의 대출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4대 은행 기업 담당 부행장과 구조조정 중인 기업 대표를 상대로 ‘기업 구조조정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다. 그는 “채권은행들은 회생 가능기업에 대해선 과감하고 신속한 지원으로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의 최종 목표가 일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회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채권은행들이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까지 무리하게 대출 회수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채권은행들에 당부한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은행들의 ‘비올 때 우산 뺏기 식’ 영업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업 대표는 “일시적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을 뿐인데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대표는 “현재 워크아웃 진행 중이란 이유로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나 해외 종속법인에 대해서도 채권은행이 만기연장을 거부하거나 대출 조기 상환을 요구하는데 이럴 경우 기업으로선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이 더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이날 기업들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후 자금난으로 워크아웃을 다시 신청하지 않도록 채권은행들이 급격한 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충분한 채무상환 유예기간을 줄 것을 건의했다. 은행들은 “기업들이 제기한 건의사항에 대해 건별로 세밀하게 검토해 추후 구조조정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금감원은 기업이 위기에 처할 경우 은행들이 리스크 차원에서 대출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건 당연한 조치지만 이 경우 엄격한 옥석 가리기가 뒤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채권은행들이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에 대해 지원을 미루는 사이 기업은 정상화의 기회를 놓치거나 구조조정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엄정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주채무계열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재무구조평가를 끝낼 예정이다. 주채무계열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이 금융권 전체 대출 금액의 0.075%(1조 3581억원)를 넘는 기업집단이다. 평가 결과 재무구조가 취약한 곳은 5월 말까지 채권은행들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엄격한 관리를 받게 된다. 또 채권은행들이 기업을 상대로 진행하는 신용위험평가 대상을 대폭 늘려 부실기업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감시망을 더 촘촘히 해 올 상반기(1∼6월) 안으로 부실 대기업을 가려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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