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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의 부진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였다. 경기 회복세가 미미하자, 성장성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9조원 더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기준금리 인하를 제외하면 한은이 경기에 대응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꼽힌다. 기준금리 인하가 일반에 돈을 ‘뿌리는’ 것이라면, 이 대출 제도는 특정 집단(중소기업)에 돈을 ‘꽂아주는’ 것이다. 그만큼 한은의 경기 인식이 심상치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연 1.5%)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뜨려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자 금융중개지원대출까지 꺼낸 것이다.
정부가 올해 1분기 재정 등 자금 집행을 당초 계획보다 21조원 이상 늘리는 부양책을 전격 꺼낸 만큼 한은도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한은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중개지원대출 9조원 확대안을 의결했다. 증액된 한도는 다음달부터 적용되고, 향후 1년간 한시 운영된다.
한은은 이 중 현재 1조5000억원 규모의 무역금융지원 한도를 3조원 새로 증액했다. 또 대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연 0.75%→0.50%)했다. 또 설비투자지원은 현행 7조원에서 1조원 신규 증액과 1조9000억원 여유분 활용 등 총 2조9000억원가량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5조원 규모인 창업지원 역시 3조1000억원(1조 신규 증액+2조1000억원 여유분 활용) 늘리기로 했다. 특히 지원대상 중 성장잠재력 확충과 관련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부동산 임대업 유흥업 등은 제외하기로 했다.
한은은 어떤 업종을 지원할 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추후 시중은행과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이번 조치가 경기회복의 불씨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봉기 한은 통화정책국 금융기획팀장은 금통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시적으로 보면 수출기업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당국이 원하는 민간 영역, 그 중에서도 기업 투자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와는 효과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한 관계자는 “대출한도 확대로 수출, 설비투자, 창업 등을 통한 고용 확대로 우리 경제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