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증시에서 대북경협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상운송업체인 현대상선이 경협주로 인식되는 것은 금강산관광 사업권을 가진 자회사 현대아산때문이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창구인 현대아산은 비상장기업이어서 투자자들의 접근 경로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K-OTC에서 우리사주조합 물량이 거래되고 있다. 남북회담 이후 이틀간 현대아산은 약 2500여주가 거래되며 초강세를 보였다. 애경그룹 계열 제주항공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청구소식이 전해진 이후 상장기대감이 반영되며 K-OTC에서 관심종목으로 부각받는다.
K-OTC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시장이다. 제3시장(2000년3월~2005년6월)과 프리보드(2005년7월~2014년8월)란 이름을 거쳐 1년 전부터 K-OTC(Korea Over-The-Counter)란 이름으로 개편됐다. 관심종목들의 꾸준한 진입 덕에 출범 1년째를 맞은 K-OTC가 제도적 안착기에 접어들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OTC 출범 당시 112개였던 거래종목은 현재 137개로 늘었다. 출범 1년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5억원 수준. 시장 초기에는 간판종목이었던 삼성SDS 특수로 최대 78억원까지 기록했지만 현재는 평균 12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장외시장 특성상 대형종목의 상장이전 이후 거래규모 변동은 불가피하다. 특히 삼성SDS는 시장 개설초기 전체 거래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한 종목임을 감안하면 간판종목 이전 이후에도 꾸준하게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장외시장 고유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코스피나 코스닥같은 상장시장은 국가경제규모와 시장환경에 맞춰 덩치를 키워가는 개념이지만, 장외시장은 상장시장과 기업을 이어주는 가교((架橋)역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규모 못지않게 체계적 시스템이 의미있는 평가요소다.
기존 장외시장의 문제점으로 제기돼왔던 허수 호가, 결제 불이행 등도 K-OTC를 통해 상당 부분 개선됐다. K-OTC 거래기업의 한 임원은 “기존 장외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될때는 주문사기 피해를 회사에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K-OTC에서는 그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정수 금융투자협회 K-OTC부장은 “삼성SDS 등의 거래소 이전으로 K-OTC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도 존재했지만, 최근 성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 주식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질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당장은 상장요건이 안되는 기업이라도 K-OTC를 통해 투자자들과 대면해서 자금 조달 기반을 마련해 몸을 더 강하게 한 뒤 상장시장으로 이전하는 것이 기업이나 자본시장에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