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 맞은 K-OTC]①상장시장行 디딤돌…틈새시장 연착륙

지정기업제로 대기업 유치.. 3시장·프리보드 비해 유동성 풍부
삼성SDS 이전 후 씨트리 등 중소·벤처 거래 상위권 포진
  • 등록 2015-08-26 오후 5:51:45

    수정 2015-08-26 오후 5:51:45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펩타이드(단백질의 기능적 최소단위) 전문 바이오벤처 씨트리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 K-OTC에서 최고 인기종목 가운데 하나다. 최근 한달간 거래대금은 삼성메디슨에 이은 2위. 이 회사는 설립후 주식을 공모형태로 모집·매출한 사례가 없어 K-OTC 거래기업 지정요건에 부합하지 않았지만 회사측의 동의로 거래종목에 포함됐다. 기업공개(IPO)를 준비중인 이 회사는 K-OTC를 통해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비상장 주식 가치를 가늠해보고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증시에서 대북경협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상운송업체인 현대상선이 경협주로 인식되는 것은 금강산관광 사업권을 가진 자회사 현대아산때문이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창구인 현대아산은 비상장기업이어서 투자자들의 접근 경로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K-OTC에서 우리사주조합 물량이 거래되고 있다. 남북회담 이후 이틀간 현대아산은 약 2500여주가 거래되며 초강세를 보였다. 애경그룹 계열 제주항공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청구소식이 전해진 이후 상장기대감이 반영되며 K-OTC에서 관심종목으로 부각받는다.

K-OTC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시장이다. 제3시장(2000년3월~2005년6월)과 프리보드(2005년7월~2014년8월)란 이름을 거쳐 1년 전부터 K-OTC(Korea Over-The-Counter)란 이름으로 개편됐다. 관심종목들의 꾸준한 진입 덕에 출범 1년째를 맞은 K-OTC가 제도적 안착기에 접어들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OTC 출범 당시 112개였던 거래종목은 현재 137개로 늘었다. 출범 1년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5억원 수준. 시장 초기에는 간판종목이었던 삼성SDS 특수로 최대 78억원까지 기록했지만 현재는 평균 12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장외시장 특성상 대형종목의 상장이전 이후 거래규모 변동은 불가피하다. 특히 삼성SDS는 시장 개설초기 전체 거래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한 종목임을 감안하면 간판종목 이전 이후에도 꾸준하게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장외시장 고유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장외시장별 하루 평균 거래대금 추이를 살펴봐도 △제3시장 5000만원 △프리보드 1억원 △K-OTC 15억3000만원 순으로 과거와 확연한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 K-OTC가 이전에 존재했던 장외시장보다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가운데 일정요건을 충족한 곳을 거래종목으로 지정하는 비신청 지정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 비신청 지정제도로 거래가 되는 종목이 95%(거래대금 기준)에 이른다.

아울러 코스피나 코스닥같은 상장시장은 국가경제규모와 시장환경에 맞춰 덩치를 키워가는 개념이지만, 장외시장은 상장시장과 기업을 이어주는 가교((架橋)역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규모 못지않게 체계적 시스템이 의미있는 평가요소다.

K-OTC 시장 초기에는 삼성SDS, 미래에셋생명, 현대로지스틱스, 포스코건설, 제주항공처럼 인지도 높은 대기업계열사들이 거래를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씨트리, 우진이엔지, 웹케시 같은 중소·벤처기업들이 골고루 거래 상위권에 포진해있다. 씨트리처럼 인기있는 중소·벤처기업도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상장시장이고, 상장에 앞서 일종의 ‘예방주사’를 맞고 있는 셈이다.

기존 장외시장의 문제점으로 제기돼왔던 허수 호가, 결제 불이행 등도 K-OTC를 통해 상당 부분 개선됐다. K-OTC 거래기업의 한 임원은 “기존 장외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될때는 주문사기 피해를 회사에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K-OTC에서는 그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정수 금융투자협회 K-OTC부장은 “삼성SDS 등의 거래소 이전으로 K-OTC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도 존재했지만, 최근 성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 주식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질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당장은 상장요건이 안되는 기업이라도 K-OTC를 통해 투자자들과 대면해서 자금 조달 기반을 마련해 몸을 더 강하게 한 뒤 상장시장으로 이전하는 것이 기업이나 자본시장에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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