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6.49포인트(0.31%) 하락한 2076.12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동안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대형주가 힘을 못 쓰면서 결국 208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증시 관심은 삼성전자의 중간배당이었다. 기업들이 정부의 배당정책에 어느 정도 호응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좌표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보통 주당 500원 선에서 중간배당을 해오다 2004년과 2010년 5000원으로 대폭 늘렸는데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했던 ‘실적 전환기’였다. 때문에 올해 2분기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로서는 올해 중간배당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와병 중이어서 주주친화정책에 변화를 주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고,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배당 확대로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 편치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예년 수준의 중간배당을 예상하는 근거로 거론됐다.
실제 올해 기업들은 중간배당 규모를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하거나 오히려 줄여 정부의 정책의지를 무색게 하고 있다.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작년에 중간배당을 실시했던 10개 기업 중 한국단자(025540)가 작년 100원에서 올해 150원으로 올린 정도다. S-Oil은 오히려 450원에서 150원으로 줄였고 대교(019680)도 110원에서 100원으로 축소했다. 그 외 대부분은 전년 수준에서 배당을 실시키로 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은 정책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너나 기업을 지배하는 특수관계인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아직 배당에 대한 기대와 현실 간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들의 배당확대 기대를 버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원래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연말이나 돼야 기업들이 정책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주주환원을 확대한다는 정책 의지에 변화는 없다”며 “정보기술(IT)산업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이고 V낸드플래시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기획적 요소를 갖고 있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이나 내년에 배당을 늘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중간배당으로 실망할 수 있겠지만 연말로 가면서 배당 기대감은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