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성사된 유럽 부동산 기업의 IPO는 17건에 달하며 자금 조달 규모가 총 46억 유로(약 6조4284억원)에 달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기업으로 흘러 들어온 투자금은 2년간 제로(0)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상승세를 보이더니 올해 들어 IPO 규모가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부동산기업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스페인과 영국이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스페인 부동산 기업들이 IPO로 조달한 자금이 30억달러(약 3조610억원)에 달한다. 영국의 자금 조달 규모는 18억달러, 스웨덴은 7억71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부동산 기업 멀린 프러퍼티가 IPO를 통해 12억5000만유로를, 영국 런던에 위치한 케네디 윌슨은 부동산 투자자금으로 11억유로를 끌어 모았다.
영국 런던 부동산 시장은 최근 1년간 가격이 10%나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지나친 집값 상승을 경고할 정도였다. 스웨덴 부동산도 지난 3년 동안 가격이 13% 이상 올랐다.
최근 3년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스페인과 아일랜드도 투자 붐이 일고 있다. 투자자들은 유럽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 온기가 이들 국가에까지 미칠 것으로 보고 가격이 쌀 때 사놓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추가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미국 헤지펀드들에게 유럽 부동산은 좋은 먹잇감이다. 30년 만기 국채에 투자하면 평균 수익률이 3.4%에 그치지만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평균 6%에 달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헤지펀드 업계 거물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 회장과 존 폴슨 폴슨앤드 컴퍼니 회장이 스페인 부동산 투자개발 전문 업체 이스파니아 악티보스 인 모빌라리오스 주식에 각각 9200만유로를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유로화 자산 비중을 늘리려는 미국, 아시아 자본가들도 유럽 부동산 시장을 넘보고 있다.
부동산 기업 입장에서도 전통적인 자금조달 경로인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녹록지 않아 IPO를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유럽 은행들이 스트레스테스트(건전성 평가) 평가에 대비해 위험성이 큰 부동산 기업 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