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해병대령 "안보실, 수사계획서 요구 등 이해할 수 없는 지시"

고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자료 이첩 논란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 재판 시작
항명죄 및 상관명예훼손 성립 여부 두고 공방
이종섭 前장관 군사보좌관 등 12명 증인 채택
  • 등록 2023-12-07 오후 4:10:22

    수정 2023-12-07 오후 4:28:54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군사법원 재판이 7일 시작됐다.

박 대령은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고 채 상병 사건과 관련,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 등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사건 조사보고서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기고 지난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자료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박 대령의 항명죄와 상관명예훼손 여부를 놓고 군 검찰과 변호인 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우선 군 검찰은 박 대령이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았고 KBS 방송에 출연해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상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군 검사는 “피고인은 8월 2일 상관인 해병대사령관 전화를 받아 (이첩을) 당장 멈추라는 정당한 명령을 받았다”면서 “그럼에도 ‘이미 인계 중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하고 (부하들에게) 조사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전달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박 대령 측 변호인들은 군 검찰의 공소 제기가 항명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박 대령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수사계획서를 보내라는 등 수 차례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받았다”며 외압 의혹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병대사령관과 함께 국방부의 불법적 지시에 대해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며 “해병대로서는 경찰 이첩만이 불법을 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상관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군검찰은 (이종섭 전) 장관님에 대한 피해 진술서도 받지 않았다”면서 “장관님은 본인이 피해자인지 아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대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기록 목록에 따르면 이종섭 전 장관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조사는 이뤄진 적이 없다.

재판부는 이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군사보좌관이었던 박진희 육군 소장 등 12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박진희 당시 군사보좌관은 이첩 하루 전인 8월 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혐의가 확실한 인원만 수사 의뢰하고, 해병대 1사단장 등 지휘 책임 관련 인원에 대해선 징계 조치를 검토해 달라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외에도 국방부의 허태근 국방정책실장, 유재은 법무관리관, 전하규 대변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해병대에선 김계환 사령관과 정종범 부사령관, 권태균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참모장, 김화동 비서실장, 이윤세 공보정훈실장, 장동호 법무실장, 권인태 정책실장, 김태원 인사처장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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