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장악 높이려 '황금주' 도입 추진

알리바바 지분 1% 확보…경영간섭 가능한 황금주로 활용
텐센트 황금주 인수도 추진…"기술기업 통제권 강화 의도"
바이트댄스·콰이쇼우·웨이보 지분은 이미 보유
  • 등록 2023-01-13 오후 5:36:29

    수정 2023-01-13 오후 5:36:2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황금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황금주는 주식 보유 물량이나 비중에 관계없이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식이다. 1984년 영국 브리티시텔리콤(BT) 민영화 과정에서 처음 도입됐다.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가 BT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갖기 위해서다. 하지만 유럽에서 주주평등 원칙 위배 등의 이유로 불법이라는 판결을 받았으며 현재는 사실상 사장된 제도다.

(사진=AFP)


기업 데이터 제공업체 ‘치차차’에 따르면 지난 4일 중국 사이버공간 관리국(CAC)은 알리바바 디지털 미디어 자회사인 광저우 루자오 정보기술(Guangzhou Lujiao Information Technology) 지분 1%를 인수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중국 메이저 OTT인 유쿠(Youku)와 알리바바의 모바일 브라우저 유씨웹(UCWeb)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한 지분 인수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회사를 통제할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이사회를 통한 경영 간섭, 콘텐츠 검열 등의 권한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 지분을 인수한 당일 CAC 중간급 관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광저우 루자오 정보기술의 신규 이사로 선임됐다.

FT는 CAC가 광저우 루자오 정보기술 외에도 텐센트 계열사 지분 1%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및 경쟁업체 콰이쇼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 대해서는 이미 황금주를 확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 국영기업, 국영 투자기금 등 다양한 수단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 정보에 중국 정부가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기술기업들이 신사업 부문에서 정부 허가를 받거나 추가 단속 위험을 낮추는데 있어서는 잠재적으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 폐지와 더불어 기술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실례로 최근 알리바바의 금융자회사인 앤트그룹의 홍콩증시 상장을 허용하고, 중국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했던 차량공유서비스업체 디디추싱의 복귀도 승인했다.

블룸버그는 “경제활성화가 시급한 만큼 기술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겉으로는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이지만, 기술기업에 대한 통제력과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속으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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