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미국 주주 행동주의 투자자인 넬슨 펠츠 트라이언자산운용 대표가 월트디즈니 이사회 참여를 시도한다. 월트디즈니 이사회는 펠츠와 대결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차기 의장으로 나이키를 수년간 이끌어 온 마크 파커 전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수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큰 주주와 회사 간 위임장 쟁탈 경쟁(proxy war)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 넬슨 펠츠 트아이언자산운용 대표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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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펠츠는 투자자들에게 이사회 입성 시도 계획을 직접 알리고, 지난해 말 복귀한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와 대립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트라이언펀드가 지난해 11월 8억달러(약 1%수준) 상당의 디즈니 지분을 매입했고, 시장에서는 그가 주주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견했다.
2021년 12월 이사회 의장 자리도 내려놨던 아이거는 지난해 11월 다시 CEO로 디즈니 경영 일선에 복귀했고, 고꾸라진 디즈니를 되살리는 동시에 수잔 아놀드 이사회 의장 후임을 선정하는 작업에 나설 방침이었다. 15년간 디즈니를 이끌었던 그의 복귀 소식에 추락했던 디즈니 주가는 다시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라이언은 아이거의 CEO 복귀에 반대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트라이언은 35쪽 분량의 ‘매직 복구(Restore the Magic)’라는 보고서에서 디즈니의 인수·합병(M&A) 전략이 ‘불충분한 판단력을 보였다’며 비판하고 디즈니의 스트리밍 사업에서 비효율적으로 비용이 책정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년 안에 아이거의 후임자를 찾고 2025년까지 배당금을 확대하라는 요구를 했다.
| 지난해 11월 디즈니 CEO로 복귀한 밥 아이거(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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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트라이언이 2018년 세계 최대 소비재 기업인 미국의 프록터앤드갬블(P&G)과 ‘위임장 전쟁’을 펼친 이후 수년 만에 이사회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라이언은 당시 P&G가 제대로 매출과 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분할과 펠츠의 이사 선임을 요구했다. 양측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6000만달러를 넘게 쏟아부었고, 펠츠는 결국 P&G 이사회에 참여하게 됐다.
디즈니는 이날 트라이언자산운용 대표인 펠츠에게 이사회 이사 자리를 주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즈니는 15년 임기 제한에 따라 재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수잔 아놀드 의장의 후임으로 마크 파커 전 나이키 CEO를 지명했다. 펠츠의 주주 행동주의에 맞서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평가다.
디즈니 측은 “회사와 이사회 고위층은 지난 몇 달간 펠츠와 수차례 접촉하며 트라이언이 디즈니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펠츠의 이사 지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주주들에게 해당 지명자를 지지하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