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정 빌려 교묘히 신분 위장…북한 IT 인력 주의보 발령(종합)

외교부 등 정부부처 합동주의보 발표
북한 IT 인력 고용 않도록 신원 확인 강화 요청
수익 상당 부분 北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
北인력 알면서도 일감 주면 처벌…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
  • 등록 2022-12-08 오후 4:55:33

    수정 2022-12-08 오후 4:55:33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북한 정보기술(IT) 인력들이 국적과 신분을 위장, 전 세계 IT 기업들의 일감을 수주해 매년 수억불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내 기업에도 위장 취업을 시도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익의 상당 부분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기자실에서 북한 IT 인력에 대한 정부합동주의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 외교부·국가정보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고용노동부·경찰청·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기업들이 국적과 신분을 위장한 북한 IT 인력을 고용하지 않도록 주의와 신원 확인을 강화할 것을 요청하는 `정부 합동주의보`를 발표했다.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2016년 안보리 대북 제재가 강화돼 북한의 수출이 감소함에 따라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 확보 등 외화벌이에 있어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북한 IT 인력 상당수는 군수공업부, 국방성 등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 기관에 소속돼 있다. 대개 이들은 외국인으로 위장하거나, 외국인으로부터 구인·구직 사이트 계정을 빌리는 등의 방식으로 신분과 국적을 숨기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교묘함을 보인다고 한다.

가령 이들의 손쉬운 신분위장 기법 중 하나는 신분증 조작으로, 외국인들의 운전면허증이나 ID 카드를 불법 수집한 이후 포토샵을 활용해 신분증상 인물 사진을 북한 IT 인력 중 한명으로 변경하는 식이다. 실명 확인을 위한 전화인증이 필요할 때는 ‘전화번호 본인 인증대행 사이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글로벌 구인·구직 플랫폼의 인증 절차가 한층 강화됨에 따라, 다양한 외국인에게 사이트 계정을 빌리는 대신 이들에게 일정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등 방식이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단장은 “전세계 기업들이 북한 인력임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일감을 주고 업무 협력을 한 경우들이 있다”며 “북한 인력들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감을 수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인·구직 플랫폼상 본인 인증 절차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북한 인력들이 신분을 위조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일감을 수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주의보를 내린 것이다.

실제로 북한 인력이 우리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위장 취업을 시도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감을 수주하기 위해 시도한 사례가 있는 걸로 파악한다”면서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북한 인력에게 용역을 제공받는 등의 행위는 남북교류협력법상 반드시 통일부 장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북한 인력인지 알면서도 일감을 주거나 고용을 하게 될 경우에는 처벌을 받는다”면서 “처음엔 몰랐다가 중간에 북한과 관련성이 있다는 걸 인지한 시점부터는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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