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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보험업계는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로 나눠 각각 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속도조절 방안을 논의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출 관리 필요성에 공감했고,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다만 시행시기나 한도 조정폭 등은 개별 보험사별로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보험업계가 자발적인 대출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상반기 대출 증가속도가 빨라졌다고 금융당국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자 협회를 통해 보험사들이 가계대출 관리에 신경 써 줄 것을 요청했다. 일부 보험사가 목표치를 소폭 초과하는 사례가 나오자, 강한 압박을 넣은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출 취급량이 많은 상위 생명보험사 5곳의 6월말 기준 가계대출 총액은 73조262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4% 증가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총량은 31조3641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무려 8.9%나 늘었다. 특히 일부 상위사의 경우 지난해 말보다 주담대 증가율이 12%대 수준까지 뛰었다.5개사의 신용대출도 5조1442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4% 증가했으며, 보험사 주력상품인 약관대출은 36조6142억원으로 전년보다 0.13% 증가했다. 보험사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는 4.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상반기에 4.4%가 증가해 목표치를 초과했다.
특히 추가적으로 대출 서류심사 강화 등의 얘기도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보험사들의 주담대 금리는 오르고 있다. 국고채 등 시장금리 인상분이 반영됐고, 일부 회사가 우대금리 이벤트를 축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지난 7월 기준 생명보험사들의 주담대(고정금리·원리금 분할상환·아파트 기준) 최저금리는 2.91~3.57% 수준이다. 이는 지난 5월 2.8~3.31%과 비교해 3개월 만에 0.11~0.26%포인트 오른 것이다. 손해보험사들 역시 주담대 금리를 소폭 올렸다. 7월 기준 손해보험사들의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3.32%로 두 달(3.21%) 전보다 0.11%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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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의 주담대 규모가 급증한 것은 낮은 금리와 상대적으로 한도가 높다는 소식에 실수요자들이 몰린 탓이다. 보험사 금리는 통상 시중 은행보다 높지만, 지난해 제로에 가까운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보험사 주담대 금리도 은행과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보험사의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는 60%로 은행의 40%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해 은행보다 주담대 한도가 높은 편이다. 보험계약 유지 등 우대조건을 붙이면 일부 보험사에서는 은행보다 더 낮은 금리가 가능한 사례도 나와 대출 갈아타기가 성행했다.
보험사들의 신용대출 금리도 3%대로 떨어지면서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급전’ 창구가 됐다. 물론 무증빙 신용대출의 경우 금리가 높지만, 소득 증빙이 가능한 상품의 경우 보유 보험계약 등에 따른 우대금리를 받아 금리를 낮출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금융권 대출길이 막히고 한도가 줄어드니 대출이 자연적으로 증가한 것”이라며 “현재 대출의 경우 은행보다 총량도 더 적게 운영하고 있어 건전성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이 있어 하반기에는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