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지난 96년 삼성 에버랜드가 기존 주주들의 전환사채(CB) 청약 마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사회를 열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재용씨 등에게 실권주를 대량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삼성 에버랜드의 CB 실권주를 이재용씨에게 넘기는 과정 자체가 치밀하게 짜여진 사전 각본에 의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삼성 에버랜드는 지난 96년 10월 30일 CB(전환사채ㆍ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채권) 신규 발행을 결의하는 이사회를 열었다. 이 이사회에서 에버랜드는 96년 12월 3일까지 주주들이 소유한 주식 만큼의 CB를 청약하도록 주주들에게 통보했다.
문제는 청약 마감일이 다가오자 삼성 에버랜드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었는 행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삼성에버랜드는 공식 청약 마감 시각보다 8시간 이른 96년 12월 3일 오후 4시에 이사회를 열어, CB를 청약한 제일제당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실권주 125만 4000여주를 재용씨 남매에게 3자 배정키로 의결했다.
검찰측은 " 삼성 에버랜드가 96년 12월 3일 자정인 청약마감 시점보다 8시간 앞서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재용씨 등에게 실권주를 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용씨에 대한 실권 CB 배정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CB 발행을 의결한 96년 10월 30일의 이사회 역시 정족수가 미달된 채 개최되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작년 12월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고발사건과 관련, 당시 CB발행을 담당했던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전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전 상무)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 재용씨 등에 대한 CB 배정이 불법이었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