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텔 어디로…'지분투자' 확대 vs '퀄컴 인수'

블룸버그 "아폴로 지분투자, 인텔에 대한 신뢰 보여줘"
50억달러 지분투자, 인텔 경쟁력 회복에 충분할진 미지수
"퀄컴의 인텔 인수설, 56년 역사 최대위기 반증"
美 반도체산업 전략 관점에서 인텔 지원…"미국판 TSMC 구상"
  • 등록 2024-09-23 오후 5:25:51

    수정 2024-09-23 오후 6:58:24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6월 4일 태국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엑스포 기조연설 중 와이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김윤지 기자] 한때 반도체산업의 제왕이었던 인텔이 대규모 자금 수혈을 앞두고 갈림길에 놓여있다. 뒤처진 경쟁력을 따라잡기에는 적잖은 장애물이 놓여 있고 포기하기에는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 “아폴로, 인텔에 50억달러 지분투자”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글로벌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미 반도체 기업 인텔에 최대 50억 달러(약 6조6800억원)의 지분 투자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투자 규모 등 확정된 것은 없으며, 논의가 결렬되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인텔이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아폴로의 신뢰와 지지를 나타내는 행보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폴로는 이미 지난 6월 아일랜드의 반도체 제조공장(Fab 34)의 지분을 49% 인수한다는 조건으로 110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2021년 인텔의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팻 겔싱어가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이후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의 진출을 선언하고 이를 위한 미국은 물론, 아일랜드, 독일, 이스라엘 등 전 세계에 각지에 제조공장 설립에 나섰다. 그러나 수천억달러가 드는 이같은 구상은 인텔의 자금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인텔의 신용등급을 A에서 트리플B로 하향 조정했다. 인텔의 수익성 저하와 반도체 공장 확장에 따른 고정 비용증가가 주요 원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은 지난 16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포함한 제조부문 사업을 분사해 외부로부터 자금을 수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외부 자금 조달은 재무제표상 비용은 줄이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은 줄이는 효과가 있다. 다만 아폴로의 50억달러가 인텔이 경쟁력을 회복할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지는 의문이다. 인텔뿐만 아니라 삼성전자(2043년까지 300조원), 하이닉스(2046년까지 120조원) 등 주요 경쟁사 역시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올해 투자설비액만 320억달러(50조원)이다.

퀄컴, 인텔 인수 제안…“中·EU 동의 안할 듯”

지난 20일엔 경쟁사인 퀄컴이 인텔에 최근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퀄컴은 주로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로, PC용 반도체인 중앙처리장치(CPU)와 서버용 반도체칩에 특화된 인텔을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퀄컴은 애플의 자체 모바일칩 생산 등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최근에는 인텔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인공지능(AI) PC를 선보였다.

인텔이 퀄컴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인텔이 퀄컴의 인수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경쟁 당국의 반(反)독점 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레이몬드제임스의 스리니 파주리 애널리스트는 “업계의 최근 인수·합병(M&A)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 경쟁당국이 퀄컴이 인텔을 인수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퀄컴과 인텔이 합병되면 이 통합법인이 PC와 스마트폰 반도체칩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은 60% 이상이 되기 때문에 유럽연합(EU) 등도 반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AMD가 인텔의 x86-64칩을 제조할 권리를 퀄컴이 승계하는 것에 대해 허락할 지도 의문이다. 아울러 퀄컴의 가치가 인텔의 2배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인수할 만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진 않다는 점, 펩리스 회사인 퀄컴이 종합반도체회사(IDM) 인텔이 가진 대규모 토지, 인적자원, 공장 등을 경영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 일각에서는 퀄컴이 인텔 전체를 인수하는 것보다는 지분 교환, 자율주행 기술 기업 모빌아이, FPGA 기업 알테라 등 자회사를 인수하는 안이 현실적이라는 안(案)도 나온다. 다만 인텔은 모빌아이 등의 매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퀄컴의 인텔 인수설’은 인텔이 56년 역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줬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번스타인리서치의 스테이시 리스곤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인텔의 미래는 내년에 생산을 시작한 차세대 파운드리 1.8나노(1㎚=10억 분의 1m) 공정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텔이 확실한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면 이익 마진을 개선하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그럼에도’ 美정부 인텔 포기 못하는 이유

인텔이 마주 선 어려움에도 미국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인텔의 경쟁력 회복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부활과 밀접한 영향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미국 국방부와 미국 상무부는 군사용 반도체 개발·생산 프로젝트를 인텔에 맡기며 최대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이유는 “국가 안보를 위해 국내 첨단 반도체 공급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날 아마존 역시 인텔에 AI용 반도체 생산을 위탁하기로 했다. 최근 겔싱어 CEO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을 만나 미국 기술기업의 TSMC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지적하고, 러몬도 장관 역시 기술기업 주주들에게 미국 첨단 생산망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대만인 정부와 민간의 집중 지원을 통해 TSMC를 세계최대 파운드리업체로 키워냈다”며 “인텔의 민관협력에 대한 지원은 미국판 ‘TSMC’ 구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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