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고개들라…美 정부, 슈퍼마켓업계 최대 M&A 제동

FTC '33조원 규모' 크로거-앨버트슨 인수에 소송
  • 등록 2024-02-28 오후 2:44:55

    수정 2024-02-28 오후 7:14:10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미국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와 앨버트슨의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합병으로 크로거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지면 식료품 등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는 해석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FTC는 크로거의 앨버트슨 인수에 제동을 걸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크로거는 지난해 246억달러(약 33조원)에 앨버트슨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슈퍼마켓 역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M&A) 계약이었다. 합병이 성사된다면 크로거 점포는 4000개 이상으로 늘어 월마트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유통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헨리 리우 FTC 경쟁국장은 “두 회사 합병은 지난 몇 년간 미국 소비자들이 식료품 상승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합병이 성사된다면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슈퍼마켓 체인 간 경쟁이 사라지면 식료품 등 가격을 인상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관계자도 “건전한 경쟁으로 대기업을 견제하지 않으면 그들은 비용 절감 효과를 고객에게 돌려주지 않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크로거는 FTC의 합병 제동이 월마트나 코스트코, 아마존 등 노조가 없는 대형 유통업체의 지배력만 강화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크로거와 앨버트슨은 합병을 통한 5억달러(약 6700억원) 규모 비용 절감으로 가격 인하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NYT는 FTC의 이번 소송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대선을 9달 남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실정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CNN이 지난달 25~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8%는 미국 경제가 아직 침체 상태에 있다고 답했다. 그 가운데 절반은 인플레이션 등 생활비 때문에 경기 침체를 체감한다고 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29일 발표되는 미국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3% 상승, 한 달 전(0.2%)보다 오름폭이 커졌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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