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우리 여울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 같은 아이였죠. 우리 가족에게 준 즐거움과 수많은 사랑을 가슴에 담고 파트너분과의 행복을 응원할게요.”(퍼피워커 김남위 씨)
“첫 번째 안내견인 한올이와 두 번째인 해냄이에 이어 지금 만난 여울이까지 세 번째 안내견을 맞게 됐습니다.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하며 우리의 감정과 마음을 만지고 우리 인식을 바꾸는 안내견들을 믿어주세요.”(시각장애인 파트너 허경호 씨)
|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20일 새로운 안내견과 졸업한 안내견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함께 내일로 걷다’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새롭게 안내견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 퍼피워커(자원봉사자),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관계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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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안내견 여울이가 20일 시각장애인 파트너를 만나 새로운 ‘견생(犬生)’을 시작했다. 생후 7주부터 안내견 전문 교육을 받기 전까지 여울이와 함께한 ‘퍼피워커’(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맡아 사회화 훈련을 하는 자원봉사자) 김남위씨는 벅찬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중학교 선생님인 허경호 씨에게 여울이는 세 번째 안내견이다. 허씨는 버스 탑승을 거절당하기 일쑤였던 첫 번째 안내견 한올이와 한 번도 짖은 적이 없는 해냄이 사진을 꺼내 들며 두 안내견을 추억했다. 그는 “여울이와 함께 두 안내견이 닦아놓은 길을 함께 걷겠다”며 새로운 출발을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이날 새로운 안내견과 졸업한 안내견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함께 내일로 걷다.’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안내견 여덟 마리는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만났다. 여섯 마리의 은퇴견도 6~8년간의 안내견 활동을 마치고 반려견으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행사 주제인 ‘함께 내일로 걷다.’는 안내견 사업이 삼성뿐만 아니라 퍼피워커와 은퇴견 입양가족 등 다양한 자원봉사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노력으로 진행돼왔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마지막 콤마(,)는 이날 행사가 ‘끝이 아닌 시작’임을 알린다.
| 고(故) 이건희 회장이 강아지와 함께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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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은 1993년 9월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설립, 29년간 운영해 왔다. 안내견을 육성해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동시에 ‘개고기 먹는 나라’라는 국제적 인식을 벗기 위한 결단이었다. 평소 애견인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사업 초기 해외에서 안내견 훈련 기술 등을 전수받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내견 육성과 훈련, 직원교육 등 세계 안내견협회(IGDF) 인증을 받은 검증된 전문기관이다. 그간 학교가 배출한 안내견은 총 267마리에 달한다. 1994년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매년 12~15마리를 무상 분양했고 현재 총 70마리의 안내견이 국내에서 활동 중이다.
내년 개교 30주년을 앞두고 삼성은 안내견 양성 사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안내견·시각장애인 관련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시민단체 등과 협업해 수혜자 선정에서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매년 4월 마지막 수요일인 ‘세계 안내견의 날’ 행사를 함께 진행해 인식 개선에도 나선다.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은 “시각장애인들의 필요와 자원봉사자의 도움, 안내견학교의 철학과 함께 가장 필요한 것은 선진적인 법과 제도”라며 “또 밖에서 안내견이 정착하려면 많은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