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미국 행정부에 미국 내 설비투자 기업에 대한 반도체보조금 수령 규정 완화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중국 등 우려대상국의 10% 증산 가능품목을 최대한 확대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등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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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 관보 등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 3월21일 공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안에 대한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미국 상무부는 당시 규정안 발표 후 60일 동안 의견수렴을 접수했고 이를 토대로 연내 관련 규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자국에 반도체 시설을 짓는 기업에 총 527억달러(약 69조원)의 대규모 시설투자 및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발효했다. 다만, 그 전제조건으로 중국과 북한, 러시아, 이란 4개 우려대상국에 대한 설비 확장을 10년간 제한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덧붙였다.
중국에 대규모 생산설비를 운영 중인 가운데 미국 내 설비투자 확대 검토 중인 한국 반도체 기업으로선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고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지, 미국의 지원을 포기하고 중국 시장을 유지할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미국 행정부는 올 3월 공개한 해당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규정안을 통해 첨단 반도체는 5%까지, 범용(legacy) 반도체는 10%까지 중국 내 생산능력 확대를 허용키로 하며 국내 반도체 기업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관련 규정 완화가 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측 관보 공개본에 따르면 정부는 해당 조항이 미국 투자 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주면 안 된다며 세부 규정안을 통한 추가 규제 완화를 미국 측에 요청했다. 법은 이미 발효했으나 세부규정안 확정을 앞두고 (중국 내 생산능력의) 실질적인 확장(material expansion)이나 범용 반도체 같은 용어의 정의를 완화적으로 바꿔 우리 기업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의 세부 규정 확정 과정에서 범용 반도체 등의 기준을 첨단 반도체를 일부 포함하는 형태로 바꾼다면 우리 기업의 중국 공장 증산 제한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미국 행정부는 현재 범용 반도체의 기준을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기준과 동일한 낸드 128단 미만, D램 18나노미터(㎚) 초과로 정해놓고 10%까지는 증산을 허용키로 했는데 그 이상의 기술은 첨단 반도체로 분류해 증산 가능범위가 5%로 줄어든다.
정부는 이와 함께 우려대상기관과의 국가안보상 민감 기술·품목 관련 공동연구 및 기술 라이센싱 제한 규정도 그 범위를 더 명확히 해줄 것으로 미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관보를 통해 공개되지 않았으나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업계도 미국 상무부에 세부 규정안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