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젊은 세대들의 서울 아파트 ‘패닉 바잉’현상을 묻자 답한 발언이다. 김 장관의 발언은 원론적으로는 맞을 수 있다해도 정작 주택 청약 현실을 모르거나 혹은 일부러 외면하고 한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분양을 받기 위한 청약이 말처럼 쉽지 않아서다.
서울 아파트값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지난 8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에서 당첨된 사람들의 최저 청약가점은 평균 60점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한 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30대에게는 아무래도 불가능한 점수다. 만 39세 가장을 둔 4인 가족의 경우 가능한 점수는 최대 57점에 불과하다.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17점 만점), 부양가족 수 3명(20점), 무주택 기간 9년(20점)을 가정해 본 것이다.
공급 물량의 20%가량을 신혼부부 특별공급(공공주택의 경우 30%)으로 분양하고 있지만 소득 기준 등 청약 자격 조건이 까다롭다. 민영주택은 직전연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20%(맞벌이 130%)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소득 조건을 갖추더라도 청약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다. ‘DMC SK뷰 아이파크포레’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30가구를 모집한 가운데 9191명이 지원하면서 3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A형 4가구에 자그마치 4606명이 몰리면서 1151.5대 1을 나타냈다.
정부의 세심하지 못한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의 아파트값은 오를 대로 올랐고 전세 물량은 줄어들고 있으며 청약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김 장관은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원론적인 이야기로 젊은 세대들에게 ‘훈수’를 두는 이른바 꼰대로 비춰질 수 있다. 김 장관은 젊은 세대들에게 ‘패닉 바잉’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젊은 세대들이 왜 ‘패닉 바잉’이라도 뛰어드는지 그 심정을 헤아려 실질적인 청약제도 개선을 해야할 위치에 있다.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을 앞둔 김 장관의 업무는 훈수가 아니라 제도의 개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