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학교→국제학교 전환 논란…“교육 확대” vs “기회 박탈”

인천한누리학교, 내년 국제학교 전환
인천시교육청 정책 추진에 찬·반 논란
"한국어교육 기회 감소·수월성교육 우려"
"잘하는 아이 가르치는 것 타당" 찬성의견
  • 등록 2024-07-24 오후 4:03:14

    수정 2024-07-24 오후 7:02:07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교육청이 중도입국 다문화 학생의 적응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다문화학교를 내년부터 국제학교로 전환하기로 해 지역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학생과 다문화 학생에게 함께 세계시민교육을 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있는 반면 한국어를 모르는 다문화 학생을 위한 교육기관이 줄어 반대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4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청은 지난 2013년부터 다문화가정 자녀(다문화 학생)의 한국생활 적응 등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공립대안학교 인천한누리학교를 내년 3월 (가칭)세계로국제학교로 전환해 개교한다.

인천한누리학교 전경.
내년 한누리학교→국제학교로 전환

한누리학교는 한국어를 모르는 중도입국 다문화 학생을 위한 위탁교육기관이다. 중도입국한 지 1년 이내의 일반 초·중·고등학교 소속 다문화학생을 한누리학교에서 6개월~1년간 한국어 등을 교육하고 원적교로 복귀시키는 방식이다. 초등학생은 최대 6개월간 다닐 수 있고 중·고등학생은 1년까지 가능하다. 정원은 225명인데 통상 120~130명이 재학한다. 모든 수업을 한국어로 하기 때문에 다문화 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교육과정이 다양해 일반 학교보다 중도입국 학생의 적응에 유리하다.

인천지역 다문화 학생은 지난 2021년 1만50명에서 2022년 1만899명, 지난해 1만2258명 등으로 매년 10% 안팎씩 급증했다. 중도입국 학생도 증가 추세에 있어 일부 다문화 관련 단체들은 한누리학교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한누리학교에서 전체 다문화 학생의 한국어 교육을 책임질 수 없고 다수의 일반 학교에 한국어교육반이 개설됐다고 판단해 정책 변경을 추진했다. 다문화학생 중심의 한누리학교를 한국 학생과 다문화 학생이 함께 배우는 국제학교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제학교는 다중언어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어 의사소통을 못하는 다문화 학생은 입학할 수 없다. 한누리학교에서 운영하는 초등 교육과정을 없애고 중·고등학생의 전·입학만 받는다. 한누리학교는 중학생 한국어 교육 시간이 학기당 192차시이지만 국제학교에서는 한국어 교육 과정이 없어진다.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학생은 한국 학생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

세계시민성 교육 vs 엘리트 수월성 교육

교육청은 내년 3월 중학교 1·2학년 입학을 받고 2027년 고등학교 1학년 입학을 받을 예정이다. 완성학급이 되기 전까지 한누리학교가 해왔던 중도입국 학생 위탁교육을 임시로 운영한다. 중도입국 학생의 한국어 교육은 교육청이 경인교대와 인하공전에 위탁해 보완하지만 다문화 학부모와 관련 단체들은 이같은 정책 변화에 의견이 엇갈린다. 국제학교를 반대하는 다문화 학부모들은 한국어 교육 기회 박탈을 우려했다.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주민 A씨(40대·여·부평 거주)는 “베트남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고학년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한국어를 몰라 일반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한누리학교가 있어 한국어를 배울 수 있었는데 앞으로 국제학교로 바뀌면 중도입국 학생들이 한국어를 안정적으로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며 “중도입국 학생을 위한 한누리학교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정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대표는 “한누리학교는 중도입국 학생에게 필요하다”며 “국제학교는 엘리트를 육성하는 수월성 교육 기관으로 변질될 우려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 한누리학교는 이중언어(한국어·외국어 동시 사용)강사와 원어민교사를 충원해 다문화학생의 학습력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려인 지원단체 ㈔너머의 경우 러시아어권 이중언어 강사가 러시아어권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한국어 초급 단계에서는 다문화학생의 모국어로 수업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은 “한누리학교에 원어민교사가 없어 한국어를 배우기 어렵다. 일부 러시아어권 학생들은 조기에 원적교로 돌아갔다”며 “어차피 안될 거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국제학교로 전환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누리학교는 “정책 결정은 교육청이 했다”며 “한누리학교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다문화 학생들이 많아져 특정 학교에서만 이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학교가 함께 해야 한다”며 “국제학교는 세계시민성 교육을 위한 곳이다. 수월성교육은 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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