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극단적 기상현상이 나타나는 빈도는 점점 늘고 있어요. 그게 폭염이 될지 폭설이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올해도 작년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항시 있는 거죠. 그래서 늘 긴장 상태에요”
| 인희진 기상청 예보국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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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임용된 인희진(53) 기상청 예보국장은 어깨가 무겁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올겨울 내내 이어지는 가운데 기상청의 핵심인 예보국을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성 예보국장은 1949년 기상청 설립 이래 처음이다. 그는 최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이) 영광스러우면서도 부담된다”며 “전임 국장님들의 성과를 이어받아 국민들께 더욱 신뢰받는 기상정보를 제공해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업무에 착수한 뒤 예보국에 당부한 지시도 “최근 눈이 자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마련한 정보를 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9일과 10일, 1월에는 이례적으로 서울 등에 폭설이 내렸다. 십수년 간 예보를 담당한 인 국장도 최근 극단적 기상현상을 실감하고 있다. 그는 “제가 기상청에 처음 들어왔을 땐 시간당 100㎜ 비가 내리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면서 2020년의 폭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앞으로 그런 물폭탄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설 때도 있다”고 했다.
| 인희진 기상청 예보국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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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지상·고층·해양 위성과 레이더 등으로 수집한 기상 자료를 슈퍼컴퓨터의 수치예보모델에 입력해 예상 일기도 등을 생성하고, 이를 예보관들이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기상예보를 발표한다. 관측 자료와 수치예보모델, 예보관의 판단력의 3박자가 모두 맞아야 예보의 정확도가 올라간다고 인 국장은 설명했다.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고 골고루 소양되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 예보력은 어느 수준일까. 세계 각국이 자국을 기준으로 예보하기 때문에 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전제를 하면서도 그는 “동아시아의 비슷한 환경에 있는 일본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의 성능은 세계 6위로 꼽힌다. 그럼에도 기상청은 한때 ‘오보청’(오보를 남발하는 기상청)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인 국장은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며 “평균날씨에 대한 예보력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는데,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키는 극단적 기상현상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을 선제적으로 감시하고 분석할 능력을 키우는 게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국민에게 더 빠르고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도 올해부터 대폭 확대된다. 기상청은 변화로 인해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 수도권에만 시범 운영되던 ‘호우 긴급재난문자’(CBS) 직접발송 제도를 전남·광주에도 확대해 운영한다. 또 눈의 무게까지 고려한 상세 강설정보 서비스를 확대해 시설물 피해를 예방한다. 하반기부터는 ‘기상가뭄 6개월 계절 전망’을 일반 국민에게 제공하고, 12월부터는 기후예측모델 기반의 ‘6개월 기온 전망’을 시범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인 국장은 “국민 생활에 실효성 있는 기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 국장은 서울대 대기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2006년 기상사무관으로 채용돼 총괄예보관실, 예보기술과장, 예보정책과장, 기획재정담당관, 지진화산국장 등 기상청 내 요직을 두루 맡았다. 특히 2021년 예보국의 ‘1시간 단위 상세 단기예보’ 도입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