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핵 문제, 5년 만에 타협점 찾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 이란이 핵협상을 이어오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 관료들이 협상을 위해 중동 국가인 오만을 세 차례 이상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브렛 맥거크 미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과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핵협상 대표 등이 오만을 방문하면 오만 관료들이 중간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간접회담’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 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이란과 미국은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통해 이란이 핵 활동을 자제하는 대신 미국은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합의했으나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JCPOA 재협상이 시작됐지만 이란의 반정부시위 탄압 문제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최근 두 나라 안팎에선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움직임과 발언이 잇달아 나왔다. 최근 이라크 정부는 자국에 묶인 이란 자금 27억6000만달러(약 3조6000억원)를 동결 해제했는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과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1일엔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자국 원자력 산업 기반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서방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 합의를 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발언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료는 “이란의 특정 행동(핵개발)은 미국을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며 “우리는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이란이 갈등을 확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WSJ에 협상 배경을 설명했다.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NYT에 밝혔다.
다만 아직 협상을 낙관하긴 이르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란과의 설익은 협상은 공화당이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하는 빌미를 줄 수 있다. 이란과 앙숙 관계이자 중동 내 친미 핵심국가인 이스라엘의 반발도 미국에 고민거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은 이란이 어떤 거래를 하든 구속되지 않을 것이며 계속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역시 이런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번 협상 결과를 공식 문서로 남기지 않고 ‘비공식 합의’ 정도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