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이소현 기자] 56일째 파업을 이어가며 12일째
CJ대한통운(000120) 본사를 점거하고 있는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택배업계는 물론 비노조 택배기사들까지 나서서 이번 파업은 정당성이 없으며 업계 공멸을 초래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슬기 전국 비노조 택배기사연합 대표가 21일 오전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연대파업에 대한 비노조택배연합 기자회견’을 열고 점거와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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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는 이날 우정사업본부·롯데택배·한진택배·로젠택배 소속 조합원들과 경고성 연대 파업을 진행하고 사측이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단식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조는 “사회적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기는 커녕 그 합의를 이용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사회적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며 “대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불법’, ‘폭력’, ‘엄정 대응’을 운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비노조택배기사연합(비노조택배연합)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맞불을 놓았다. 비노조택배연합은 “더는 이 무의미한 행동을 이어갈 이유도, 택배노조를 응원해 주는 국민도 없다”며 “파업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일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슬기 비노조택배연합 대표는 “쿠팡 같은 유통회사가 택배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사업 확장을 노리는 이 시국에 연대 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모든 택배기사의 밥그릇을 깨부수는 행위”라며 “이런 방식으로는 집으로 갈 내용증명의 숫자만 늘어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분이 해야 하는 건 총파업도, 대화도 아닌 진심 어린 사과”라며 “거래처를 잃은 동료기사에게, 택배를 받지 못한 국민께, 어마어마한 손해를 보고 있는 CJ대한통운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비노조택배연합은 파업이 길어지면서 일반 집화기사들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품 발송을 원활히 할 수 없어 거래처를 지키기 위한 비노조 기사들이 파업지역 발송 건을 타 택배사나 퀵서비스를 통해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거래처 한 곳의 한 달 수수료보다 타 택배사로 이동시키는 요금이 더 많이 나오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난다고 호소했다.
특히 비노조택배연합은 택배노조와 대화에 나설 주체는 CJ대한통운이 아닌 대리점 측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자신들이 노동자라고 하면 실사용자와 대화해야 옳다”며 “대리점과 계약한 제3의 업체인 대한통운 측에 대화 요구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CJ대한통운 측도 “노조의 법적인 교섭대상은 대리점연합회이지 우리가 아닌데도 대화하자는 건 맞지 않다”고 노조 요구를 일축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12일째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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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합물류협회도 이날 노조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협회는 “국민의 택배를 볼모로 자신들의 명분없는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노조의 곤지암 허브터미널 진입 시도는 국민경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위협을 가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지난 18일 경기도 광주시 CJ대한통운 곤지암 허브터미널에서 집회를 열고 무력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협회는 “파업이 택배산업의 위기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배송서비스가 여타 업계를 비롯한 내·외부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국민 불신과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 공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노조원 중 불법행위 혐의점이 있는 이들을 특정해 수사 중이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1일 “지난 10일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고 당일 사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현재까지 25명을 특정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는 등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사옥 점거 노조원들을 공동건조물침입,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