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주로 온라인상에서 화폐를 대신해 거래수단으로 사용하던 비트코인이 투자 자산으로 올라서더니 이제는 진짜 화폐처럼 쓰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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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법정통화 채택…국민 대다수는 “안 쓴다”
비트코인이 법정통화로 채택되는 것은 엘살바도르가 처음이다. 사업가 출신의 혁신적인 리더십을 가진 나이브 부켈레(40)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 전도사’를 자처하며 새로운 화폐로 비트코인을 띄우고 나섰다.
부켈레 대통령이 비트코인의 장점으로 가장 강조하고 있는 점은 송금 수수료 절약이다. 엘살바도르 국민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자금을 이체 받아 생활하고 있는데, 이때 공용화폐인 달러화를 사용한다. 달러를 받는 과정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이체·환전 등의 수수료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는가 하면, 10명 중 7명(71.2%)은 계속 달러화만 쓰겠다는 입장이다.
엘살바도르 센트랄아메리칸대학(UCA)이 최근 발표한 국민 1281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결정에 ‘매우 반대’(22.7%)하거나 ‘반대(45.2%)한다는 응답이 3분의 2 이상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2명은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답했고, 나머지 중 7명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열에 아홉은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비트코인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높은 변동성이 상용 통화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과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 등이 꼽혔다. 과거 엘살바도르의 자국 화폐인 ‘콜론’도 높은 변동성을 이유로 국민들에게 외면받은 끝에 도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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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치 논쟁 재점화…탈달러화 움직임 예의주시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을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비트코인 광풍을 17세기 네덜란드를 경제공항으로 몰아넣었던 튤립 투기에 비유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비트코인을 “신기루”라고 표현했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은 “사기”라고 폄하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선진국 금융권에서는 대부분 가상화폐를 투기적이고 나쁘게 끝날 수밖에 없는 휘발성이 강한 유행이라는 의심 어린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유럽과 미국의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의 위험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발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엘살바도르 이후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받아들이는 국가가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이들 국가의 경제 규모가 작고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런 시도가 선진국,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脫)달러화 시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개도국들이 연합을 구성해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고, 일부 기업에서 비트코인을 채택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