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신라젠 ‘펙사벡’ 임상시험 실패가 던지는 교훈

오로지 1개 신약후보 의존,천수답 비즈니스모델 한계
바이오벤처는 자체 신약상품화보다 기술수출이 해법
‘규모의 경제’ 달성후 자체 신약상품화 전략 채택해야
한미,유한이 여전히 기술수출 의존하는 이유 되새겨야
  • 등록 2019-08-05 오후 1:44:50

    수정 2019-08-05 오후 1:44:50

[이데일리 류성 기자] 국내 대표적 바이오벤처 신라젠이 야심차게 진행하던 항암치료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을 전격 중단하겠다고 4일 선언했다. 펙사벡을 다른 항암제와 병용해 사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바이오업계는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허가취소 사태에 이어 신라젠의 이번 임상시험 실패가 전체 바이오업계에 대한 시장불신을 증폭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신라젠은 이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국내1위 제약사 유한양행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정도로 큰 관심을 받던 국내 대표 바이오 벤처기업이어서 시장의 충격 또한 만만찮다. 무엇보다 신라젠 미래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던 투자자들에게 이번 펙사벡의 임상시험 중단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는 점에서 실망 그 자체다. 이 사태이후 신라젠 주가는 이틀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펙사벡의 임상시험 중단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1일 기준 신라젠의 시가총액(3조1653억원)은 유한양행(000100)(2조8684억원)을 압도할 정도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다.

하지만 두 회사의 실적을 뜯어보면 신라젠의 몸값이 과연 적정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신라젠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적자(590억원)가 매출(77억원)의 8배에 육박했다. 반면 유한양행은 같은 기간 매출1조5188억원, 영업이익 501억원을 거뒀다.

신라젠의 미래가치에 대한 시장의 믿음과 기대가 지나치게 컸다는 반증이다. 그간 시장 일각에서는 “막대한 적자가 쌓여가고 있음에도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신라젠의 몸값에는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경고음을 울려댔지만 대부분은 그냥 흘러 들었다.

업력이 100여년에 달하는 전통 제약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이오 산업은 최근 몇년새 시장의 집중조명을 받고있는 새로운 영역이다. 그러다보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주요 특징인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 위험성을 간과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대세다.

펙사벡 사태에 직면한 바이오업계는 무엇보다 “신라젠의 펙사벡에 대한 임상시험 중단이 보여준 ‘천수답’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오로지 펙사벡의 상품화에만 기대는 상황에서 만약 펙사벡의 상품화가 실패할 경우 신라젠의 존립 자체마저 불투명해질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신라젠이 진행하던 펙사벡의 임상3상 시험의 성공확률은 기껏해야 50% 정도였다. 그럼에도 시장은 펙사벡의 상품화 성공이라는 장미빛 미래에만 취해 펙사벡이 물거품으로 사라질 확률이 절반에 달한다는 사실은 애써 애면했다.

연매출 1조원이 넘고 개발중인 신약이 수십개에 달하는 국내 메이저 제약사 한미약품(128940), 유한양행이 여전히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상품화 과정을 자체 진행하는 대신 기술수출 전략에 고집하는 배경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신라젠이 펙사벡에 대한 임상3상을 굳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보다 기술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뒤늦게라도 문은상 신라젠(215600) 대표가 “현재 진행중인 펙사벡의 다른 병용임상 시험 결과가 우수할 경우 기술수출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다.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우선 기술수출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시행착오를 줄일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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